한나라당은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성명파동이 여권의 자중지란(自中之亂)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일단 호재라고 여기면서도 정치권 전체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분위기이다. 따라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듯한 언행은 삼갔다.
25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는 아예 이 문제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도 회의에서 “요즘 정국상황이 혼란한데 우리 당이라도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만 말했을 뿐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총재는 특히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성명파동에 대한 보고를 받으면서 혼잣말로 “대통령이 참 안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논평도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 명의로 나온 것 하나뿐이었다. 장 부대변인은 “집권당으로서 존립의 의미조차 상실해 가는 민주당 내에 그나마 이성의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래도 한줄기 희망”이라고 논평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에 “집권당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만 말했고, 김무성(金武星) 총재비서실장은 “이번 사태는 과거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 파문 때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도 말을 아꼈다. 한 소장파 의원은 “민주당의 젊은 의원들이 나름대로 깊은 고민 끝에 결단을 했을 텐데 거기에 대고 이러쿵저러쿵하기는 그렇다”며 입을 닫았다.
그러나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과 함께 ‘정치개혁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김원웅(金元雄) 의원은 “이번 사태는 민주당만 아니라 여야 3당이 모두 안고 있는 밀실정치 행태를 타파하자는 것”이라며 “당내 개혁성향 의원들에게 적지 않은 심리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