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 압력을 받고 있는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5일 자정(현지시간, 한국시간 26일 오전2시)까지 의회가 탄핵 움직임을 포기하지 않으면 비상사태를 선포할지도 모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 통신은 하야 압력을 넣고 있는 정치세력의 중심에 서 있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의 한 측근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정계에 대한 영향력이 큰 군부는 비상사태 선포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와히드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비상 사태 선포후 총선을 앞당겨 실시할 것이라는 추측을 일축한 바 있다.
한편 와히드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긴급비상각료회의를 소집한 뒤 일부 권한을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에게 이양하는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거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르카시 누르 중소기업 장관은 “메카와티 부통령은 이 제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가와티 부통령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최대정당인 민주투쟁당(PDIP)관계자는 “메가와티 부통령은 권력분점 제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비상각료회의에 참석한 메가와티 부통령은 회의장에 15분 정도 머물다가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권력 분점안은 와히드 대통령 측근들이 탄핵만은 모면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다. 의회가 탄핵을 검토하던 초기에 일부 인사들이 정국 타개방안으로 이 같은 권력 분점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이날 제시된 권력 분점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공금횡령 등 혐의로 와히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중인 의회는 30일 대통령 탄핵결정권을 갖고 있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민협의회 특별총회 소집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부(國父) 수카르노의 딸이기도 한 메가와티 부통령은 와히드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사퇴할 경우 권력을 자동 승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