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판을 세워 놓았으나 많은 차량이불법U턴을 하고 있다
24일 오전 11시경 서울 성동구 송정동 르노삼성자동차 성수대리점 앞.
횡단보도 앞의 ‘비보호 좌회전’ ‘적신호시 U턴’ 표지판을 무시하고 불법으로 U턴하는 차량들이 잇따랐다. 이 지점은 주변에 대형 자동차서비스센터 2곳을 비롯해 영세 카센터 수십곳이 몰려 있어 오가는 차량들이 특히 많은 편.
이곳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최모씨(50)는 “신호체계가 잘못돼 있어서 운전자들이 불법 U턴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비보호 좌회전을 하려는 차가 대기하고 있으면 뒤에 있는 차들이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U턴을 한다는 것. 교통법규위반 신고보상금을 노린 신고꾼들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분주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이 지점은 3월 10일부터 4월 30일까지 신호위반 신고접수가 총 3342건으로 서울시내에서 가장 많았다.
▽현장을 둘러보니…〓교통법규위반 신고보상금제가 실시된 3월 10일 이후 5월 24일까지 경찰에 접수된 위반사례는 전국적으로 72만3300여건. 이 중 서울은 18만260건으로 24.9%를 차지했다.
서울에서 중앙선 침범 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된 강남구 신사동 언주로 자생한방병원 앞 (3월10일∼4월 30일 접수건수 6014건). U턴 장소인 성수대교 남단 방향까지 100m 정도 떨어져 있어 운전자들 대부분이 한방병원 앞에서 불법 U턴했다. 주변 성수대교 남단 U턴구간(6011건)까지 합치면 이 일대에서 신고된 것만 1만2000여건에 달할 정도.
서울시내에서 신호위반 신고건수가 9번째로 많은 양천구 신정2동 반석교회 앞 삼거리.
이곳에 사는 주민 현모씨(34)는 “삼거리 한복판에 삼각형의 교통섬이 있고 각각 인도와 연결되는 횡단보도가 있지만 코너를 돌 때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이 없으면 그냥 통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고보상금 부작용 및 대책〓강서구 화곡동 등서초등학교 앞(신호위반 신고건수 5위)에는 최근 횡단보도 신호기가 없어진 대신 운전자에게 주의를 주는 점멸등이 들어섰다. 보상금을 노린 신고꾼이 이곳에서 두달 동안 총 2005건을 신고하자 부작용을 우려한 경찰측이 점멸등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이후 신고는 아예 없어졌지만 학교 앞 횡단보도 신호도 사라져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또 운전자의 이의신청에 의한 즉결심판에서 운전자의 ‘무죄’ 판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법원이 제출된 관련 사진 등을 근거로 운전자의 안전 운전에 더 후한 ‘점수’를 줬기 때문. 청량리경찰서는 최근 즉결심판에서 이의신청자의 무죄 판결이 잇따르자 동대문구 휘경동 빗물펌프장 앞에서 신고된 5693건(중앙선침범 신고 9위)을 자체적으로 모두 무효처리했다.
신고보상금제가 경찰의 한정된 단속인력을 보완해주고 운전자들의 교통의식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도로가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거나 교통체계가 잘못된 곳은 고쳐져야 피해자가 양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朴用薰) 대표는 △장소별로 신고건수를 제한하고 △상습 신고지역에는 무인감시카메라를 설치하며 △불합리한 교통체계를 즉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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