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닉스가 제2세대 선풍기를 세계 처음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은 세계 주요국의 특허를 획득한 초소형 영구자석모터(BPM)를 자체 개발해 비교적 싼 가전제품에 이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등은 이 모터와 비슷한 제품를 개발했으나 값이 비싸 상업용으로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사장은 ‘조화와 균형’ ‘오늘이 어제보다 나으면 된다’는 생활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자연을 벗삼아 유랑하면서 평범 속에 비범이 있다고 느껴 이 같은 생활철학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정사장의 학력은 고졸이 전부다. 하지만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의 요청으로 91∼93년 삼성전자 기술고문을 맡아 중앙연구소의 쟁쟁한 박사들을 상대로 강연하고 기술을 지도했다. 모터에 미쳐 20년을 보낸 그는 중학생 때부터 집에 연구실을 만들고 과학실에서 밤을 세웠다. 눈에 띄는 가전제품을 모조리 분해하고 재조립하며 발명가의 꿈을 키웠다.
그는 82년 군 복무시절 건군 이래 처음으로 국방장관의 허가를 받아 사병 신분으로 뉴욕발명전에 모터를 출품해 은상을 수상했다. 그 후 정사장의 능력을 인정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명환교수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김동일 회장이 국방부에 조기전역을 탄원해 KAIST 연구원으로 군 복무를 대신했다. 그가 만든 모터는 83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기술연보에 ‘올해의 신기술’로 수록됐다.
정사장은 현재 80여종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모터만 50여종을 개발했다. 기술이전만으로는 상용화가 안된다는 믿음 때문에 스스로 기업을 하기로 한 그는 “어릴 때 가졌던 꿈을 실현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해외수출만 해왔던 모닉스는 선풍기 개발판매를 계기로 이 모터를 적용한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을 올해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 모터는 KAIST가 만들고 있는 차세대 인공위성의 자세제어에 사용될 예정.
정사장은 “외국기업과 국내 대기업의 수많은 스카웃 요청을 뿌리친 것은 일본의 마쓰시타 미츠비시 같은 기술자가 창업주인 기업 모델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벤처기업으로 빨리 지정됐으면 어려움 없이 쉽게 돈을 벌었겠지만 젊어서 많은 실패를 하며 경험을 쌓은 뒤 기업을 해야 정상적으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내년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는 모닉스는 가전종주국을 자처하는 일본에 선풍기를 1만대 수출하고 미국에도 2000대를 팔기로 했다. 디자인 비용으로 5000만원이 들어간 선풍기의 가격은 13만8000원. 02-714-6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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