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동안 학자로서 외길 인생을 걸어온 ‘한국 헌법학의 거목’ 연세대 허영(許營·65)교수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임한다.
‘고시생들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헌법론’의 저자이기도 한 허교수는 외국 헌법이론을 소화해 독창적인 한국 헌법학 이론의 기틀을 다진 법학자로 평가받는다.
1971년 독일 뮌헨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허교수는 유신헌법의 이념적 기초가 됐던 카를 슈미트의 ‘영도적 국가론’에 맞서 ‘동화적 통합이론’을 주창했다.
그는 정치에 입문하라는 권유를 거절하고 학자로서의 외길을 고집했지만 상아탑에 갇힌 ‘허약한 지식인’도 아니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독재와 반민주의 부당성을 말과 글로 고발해왔고 95년에는 ‘5·18 불기소처분의 헌법이론적 문제점’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현실참여를 해왔다.
허교수의 제자인 서울대 법대 정종섭(鄭宗燮)교수는 “선생님은 지연이나 학연에 얽매이지 않는 학자로서의 참모습을 보여주셨다”면서 “학계를 지키면서도 사회참여와 중립성의 균형을 잃지 않은 분”이라고 말했다. 허교수는 98년 국내학자로는 처음으로 독일 정부가 수여하는 인문사회학계의 영예인 ‘훔볼트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비록 정년퇴임을 하지만 헌법학자로서 연구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는 허교수는 8월부터 독일 뮌헨대에서 초청교수로 강단에 설 예정.
한편 허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제자들이 마련한 퇴임기념 학술세미나가 다음달 1일 오후 2시 연세대 상남경영관에서 열린다. 02-2123-3540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