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B’z)는 일본 정상의 록그룹. 1988년 결성된 이래 매 음반마다 100만장 이상을 기록하며 ‘J-pop(일본 대중음악)의 구세주’로 불린다. 현재까지 판매된 싱글 음반은 모두 2236만장. 1998년 발표한 히트곡 모음 음반은 500만장이 판매돼 우타다 히카루에 이어 최다판매 역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3일 밤 도쿄의 부도칸(武道館)에서 1만여 명의 관객이 열광하는 가운데 열린 ‘비즈’의 콘서트는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비즈’ 공연의 특징은 치밀한 연출과 구성, 웅장한 스케일, 풍성한 볼거리 등. 두 시간 남짓한 공연은 ‘비즈’의 노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대형 스크린(가로 50m X 세로 20m)에 투사되는 추상과 구상을 혼합한 이미지 그림은 마치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대형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았다.
10t짜리 대형 트레일러 두 대를 공중에 띄워 좌우로 이동시키며 볼거리를 만든 것은 ‘비즈’공연의 스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 트레일러는 250만 엔을 들여 24t짜리를 10t으로 개조했다.
그러면 음악은 어떨까?
‘비즈’의 멤버는 보컬 이바나 코시(稻葉浩志)과 기타리스트 마츠모토 다크(松本孝弘) 등 두 명. 마츠모토의 빼어난 기타연주와 아바나의 여린 듯하면서 섹시한 기교가 매력적이었으나 전반적으로는 한국 록에 비해 중후한 맛은 떨어지는 편.
그러나 이들은 몇초 간격으로 객석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연출 기량이나 공연장의 설비 면에서 한국의 록그룹들보다 훨씬 앞섰다. 일례로 한국의 경우 무대 위에 대형 트레일러를 매달아 놓는 일은 아직까지 이뤄진 적이 없다. 또 우리 기술로서 가능할지도 의문.
공연기획사 예스컴의 윤창중 사장은 “음악은 서로 정서가 달라 변수가 많으나 일본 가요계는 자본과 연출 능력, 마케팅 기법, 다양한 무대설비 등 여러 면에서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비즈’는 현재 한국 진출을 적극 모색 중이다. 특히 연말경 내한 공연을 비롯해 한국 가수와의 합동 공연, 한국 내 신인가수 발굴 등 여러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획사 ‘쿄도 요코하마’의 오카모토 사토시 사장은 “‘비즈’의 한국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 취재진을 초청했다”며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가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미칠 파장에 대해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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