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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칼럼]랩터스의 성공과 미래

입력 | 2001-05-29 11:54:00


지난 5월 20일 필라델피아 식서즈의 홈구장인 퍼스트 유니온 센터. 2초를 남기고 쏜 7미터거리의 빈스 카터의 점프슛은 경기종료 버저와 함께 불행히도 림을 외면한다. 88대 89. 동부 5위 토론토 랩터스는 동부 1위팀인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공 하나의 아쉬운 패배를 당하게 된다. 지난 시드니 올림픽에서 리투아니아가 공 하나 때문에 미국 드림팀에게 패배했던 것처럼, 이것이 바로 농구이다. ‘운’이 실력을 뒤따르듯이, 단지 1점차로 필라델피아는 컨퍼런스 결승에 진출했고, 랩터스는 시즌을 접고 토론토로 돌아가야만 했다.

게임 7의 마지막 슛의 실패에 대해 빈스 카터는 이렇게 말했다.

"기회가 있었지만, 단지 성공하지 못했다."

"그같은 것을 성공하기 위해 우리는 살아간다. 아마도 다음 시즌에....."

눈치 빠르신 분들은 이번 글 역시 최근 필자가 계속해서 쓰고 있는 ‘패배자’ 시리즈임을 짐작하셨을 것이다. 워낙 플레이오프의 예상에 관해서는 KUKI님이 너무 잘 쓰고 계시고 있는 관계로, 필자는 이 시리즈를 계속하겠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 탈락에도 불구하고, 한때 토론토에 잠깐 머물렀었고 오랫동안 토론토를 지켜보았던 필자는 랩터스의 이번 시즌에 대해 '성공'이라는 평가를 붙이고 싶다.

일단 성적을 보자. 랩터스는 시즌 내내 많은 변화를 겪었다. 감독이 부치 카터에서 레니 윌킨스로 새롭게 바뀌었고, 팀 절반의 선수들의 얼굴이 바뀌었다. 약 7개월전인 시즌 개막 때 뛰었던 선수들 중 여전히 팀에 남아있는 선수는 단지 6명에 불과하다. 그런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랩터스는 ‘99-’00 시즌의 45승 37패에서 2승을 더한 47승 35패로 프랜차이즈 기록을 달성했다. 게다가 2000년 플레이오프에서 경험 부족으로 뉴욕 닉스에게 3전 전패를 당하면서 맥없이 탈락했던 것에 반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뉴욕 닉스를 3승 2패로 눌렸으며, 동부 1위팀을 상대로 게임7 마지막 바로 전까지 경기 승패를 알지 못하게 만들었다.

또한, 지난 3월에 필자가 썼던 글처럼 선수층 구성에서도 안정감을 갖추었다. 빈스 카터, 안토니오 데이비스 체계를 탄탄히 굳혔다. 터프가이이자 팀의 리더격인 찰스 오클리, 올-루키 퍼스트팀에 뽑힌 신인 모리스 피터슨의 선전, 젊은 포인트가드 앨빈 윌리암스의 성장, 분위기메이커이자 리그내 톱 리바운더 중 한 명인 제롬 윌리암스의 영입, 한방이 있는 크리스 차일즈의 영입 등 랩터스의 선수층은 이제 리그 어느 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두텁고, 안정적이다.

랩터스는 이번 플레이오프를 계기로 미국과 캐나다 내에서의 팀 인지도를 확실하게 높였다. 필라델피아 식서즈와의 2라운드 게임 7은 지난 2년간의 1, 2라운드 경기들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경기가 되었다. 전미 시청률이 8.9%을 기록하여, 전날 펼쳐진 사실상의 결승전이라 불리는 L.A. 레이커스와 산안토니오 스퍼즈의 서부 결승 게임 1 시청률(7.4%)을 훨씬 상회했다. 심지어 캐나다의 일간지인 ‘내셔널 포스트’誌에서는 토론토 랩터스가 마치 캐나다를 대표하는 팀인 것처럼 기사화 했다. 캐나다 최대의 공중파 방송인 CTV에서 중계한 식서즈와의 2라운드 게임 1은 무려 819,000명이 시청했다. 공식적인 집계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게임 7은 더욱 많은 캐나디언 팬들이 경기를 시청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구라는 스포츠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정착한지 채 5년도 되지 않는 점을 생각할 때, 엄청난 시청률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플레이오프 동안 캐나다에 연고를 둔 NHL팀들이 스탠리컵 4강 진출에 모두 실패한 가운데, 캐나다 내 신문들의 스포츠면은 랩터스의 활약을 톱기사로 다루었다.

프랜차이즈의 성공에 도취할 새도 없이, 토론토 랩터스의 GM인 글렌 그룬왈드는 이번 오프시즌 동안 바쁜 나날을 보내야만 한다. 이제 그의 노력여하에 따라 랩터스의 미래가 달려있다. 97년 이래 훌륭한 팀운영으로 미국팀들에 비해 재정적으로 지리적으로나 모두 불리한 랩터스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던 그는, 지난 시즌 팀내 제2병기인 트레이시 맥그래디가 올랜도 매직과 계약하는 것을 쓴 잔을 마시며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만큼 이번에 풀리게 되는 안토니오 데이비스, 앨빈 윌리암스, 제롬 윌리암스와 팀과 마찰이 있는 찰스 오클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팀의 미래가 달려있다. 빈스 카터는 게임 7이 끝나고, 그들 4명 모두가 다음 시즌 계속해서 랩터스에 남아주기를 희망했다.

이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자유계약선수가 될 안토니오 데이비스를 잡는 일이다. 96년 인디아나와 맺었던 데이비스의 계약은 7년, 3,850만 달러(연봉 550만 달러)로써, 이번 오프시즌 동안 자유계약선수가 될 수 있는 옵션을 지니고 있다. 동부의 최고 센터 중 한 명으로서 이번 시즌 전성기를 보낸 그로서는 자유계약선수가 안 될 리 없고, 그의 에이전트 빌 두피는 약 두 배의 연봉을 원하고 있다 한다. 그는 잡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빈스 카터와의 계약연장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그룬왈드로서는 데이비스와의 재계약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데이비스같은 훌륭한 골밑이 있었기에 카터는 제기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번 주 그룬왈드는 데이비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감독 레니 윌킨스와 데이비스를 점심에 초대하여 함께 식사를 했다. 시즌 중반 데이비스는 마크 잭슨의 트레이드등으로 팀에 강한 불만감을 표시했으나, 시즌 후반부터 랩터스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팀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집은 따뜻한 올랜도에 위치하고 있고 추운 토론토의 집은 임대중인 집이며, 가족들은 추운 캐나다의 날씨에 불만이 있다. 현재 그가 랩터스를 떠날 확률은 50대 50으로 생각된다. 그룬왈드는 무리해서라도 미래를 위해 꼭 그를 붙잡아야만 한다.

현재 찰스 오클리와의 처리에 대해서는 구설수가 많다. 일단 지역 언론들은 그가 좋은 트레이드 카드가 될 것이라고 기사화 했다. 캐나다의 한 일간지에서는 데일 데이비스와의 트레이드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이다. 솔직하고도 과감한 발언으로 언론의 사랑(?)을 받아 이번 시즌 올-인터뷰 세컨드팀에 들기도 했지만, 팀경영단과 코칭스탭을 자주 비난하는 발언을 하고 있어 그룬왈드, 윌킨스와 그리 좋지 않은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는 조직에 불만감을 표시하며, 시즌을 마치고 있는 팀 미팅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랩터스는 그를 쉽사리 트레이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지난 2월, 트레이드 데드라인 당시 무려 5개 팀에서 오클리의 트레이드 제안이 들어왔다. 그러나, 랩터스는 그의 베테랑 리더쉽과 골밑에서의 허슬플레이를 절대 무시하지 않았고, 그의 풍부한 경험과 터프함은 포스트시즌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얼마 전, 안토니오 데이비스는 만약 재계약을 한다면, 골밑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오클리가 계속 남아있기를 원한다는 발언을 해 그를 보호했듯이, 오클리는 동료선수들의 신임을 받고 있다. 또한, 플레이오프 도중 팀분위기 특히 팀에이스 빈스 카터의 눈을 뜨게 했던 결정적인 계기는 오클리의 쓴 말 때문이었다. 고로, 개인적으로 그가 계속 남아 있기를 빈다.

앨빈 윌리암스은 계약협상단계에서 큰 마찰이 없는 한 랩터스에 잔류하리라 본다. 레니 윌킨스의 신임을 톡톡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부치 카터의 눈에 가시가 박히어 윌리암스는 보스턴에 트레이드 되었던 그는, 레니 윌킨스 시스템에 잘 적응하면서 급기야 마크 잭슨을 내보내고 주전포인트가드로 성장했다. 포인트가드로는 좋은 신장을 지니어서 슈팅가드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에 따라 빈스 카터를 포워드로 올릴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번 시즌 210만 달러를 받았던 그는 500만 달러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팀의 인기상승으로 더 좋은 재정적 조건을 갖추게 될 랩터스로서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현재로서 제롬 윌리암스는 잔류가 확실치 않다. 그는 더 많은 출장시간을 원하고 있지만, 시간 쪼개기가 쉽지가 않다. 주전 데이비스, 오클리 외에 키온 클락을 제3의 골밑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윌리암스는 마이애미 팀들(히트, 매직)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만약 랩터스가 오클리를 트레이드카드로 활용한다면, 사실상 제롬 윌리암스가 잔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된다. 이번 시즌의 연봉이 290만 달러이었고, 그의 위력적인 보드 장악력을 볼 때 리바운드가 약한 많은 팀에서 관심을 보일 것이다.

2라운드 게임 1 이후, 농구잡지 쪽에 일하는 분을 만나서 토론토 랩터스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그분은 게임 1의 승리를 보시고, 랩터스가 정말 대단했다며 충분히 식서즈를 꺾지 않겠느냐고 말했었다. 여기에 필자는 토론토 랩터스가 비록 최고로 좋아하는 팀이지만, 전력상 2승 4패로 질 거라고 예상했다. 결국 그들은 패배했지만, 예상외(?)의 선전(3승 4패, 1점차 탈락이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을 해내었다.

그들은 그만큼 성장했고,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같이 계속되는 성장으로, 필자가 ‘랩터스는 우승을 할 수 있는 전력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빈다.

자료제공 : 후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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