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노동계의 파업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정부의 엄정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삼성 LG SK 현대차 등 11개 그룹의 노무담당 임원들은 2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장영철 노사정위원장 초청 간담회를 갖고 최근의 노사현안과 관련한 기업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전경련은 간담회가 끝난 뒤 '발표문'을 통해 "대우자동차 사태와 같은 경찰의 폭력행위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이로 인해 공권력이 무력화돼서는 안되며 노사를 불문하고 불법을 용인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찮은 현장 기류 = 현재 재계가 노조의 움직임에 대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업장은 △효성 울산공장 △여천 NCC △대한항공 등 3곳. 효성 울산공장과 여천 NCC는 파업이 진행중이고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임금인상 요구 등이 다음달 11일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효성 울산공장은 설비교체에 따른 노사간 갈등이 파업으로 이어진 사례. 회사측은 올 1월 나일론원사 공정 일부를 자동화 설비로 바꾸면서 남는 인력 14명을 방사공정 등 다른 생산라인으로 보냈다.
노조는 "일방적 전환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고 노조집행부 구속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양측의 감정이 악화된 끝에 28일부터 공장가동이 중단됐다.
99년말 한화와 대림이 자율빅딜 형식으로 통합한 여천NCC의 노조는 16일부터 보름째 파업중이다.
▽재계의 주장 = 재계가 노동계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공권력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6월 중순으로 예정된 민주노총 등의 연대파업 계획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 재계는 특히 효성 울산공장과 여천 NCC의 경우 구조조정의 모범 사례로 꼽혀왔던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분규가 해당업종의 다른 기업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담당 임원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 공권력이 뒷짐을 지는 듯한 현상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전경련은 "효성 울산공장은 회사측에서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고 여천NCC 공장도 노조의 불법행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경제회복과 외자유치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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