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앞으로 대북협상에서 북한측이 먼저 성의를 보이지 않는데도 한국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미국은 26, 27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그룹(TCOG)회의에서 대북정책 검토결과를 우리 측에 설명하면서 이같은 뜻을 전하고 그 대표적인 사례로 한반도 4자회담 재개에 대한 한국의 태도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측은 이 자리에서 "4자 회담처럼 북측이 먼저 성의를 보이지 않는데도 한국 정부가 이를 자꾸 거론해 북측이 회담에 나오는 것 자체를 '카드'로 삼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미측은 특히 3월 5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무산시키고 그 후 북미관계를 이유로 남북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의 태도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제원조 등) "아쉬운 쪽은 북한인데 한국 정부가 먼저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다"며 "현실주의 외교노선을 펴는 공화당의 기본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시 행정부가 일단 조건없이 북-미대화에 나서기로 했지만 북한이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앞으로 미측은 대북 협상에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지적을 포함한 미측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최종 정리해 빠르면 이번 주말경 양성철(梁性喆)주미 대사를 통해 미측에 전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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