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의회가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본회의를 강행키로 한데 맞서 29일 수도 자카르타 등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인도네시아 정국이 극심한 혼란상황에 빠졌다.
인도네시아의 6개 유력 정당은 이날 와히드 대통령의 준비상사태 선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탄핵권한을 가진 국민협의회(MPR) 특별총회 소집 요구를 위한 의회 본회의를 30일 열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사상 최초로 1999년 10월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탄생한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 정권이 출범 19개월만에 난파 위기를 맞고 있다.
이날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동부 자바에서 상경한 2000여명의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통령궁 부근에서 ‘탄핵 반대’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포스터를 들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시위대가 의사당 점거를 시도할 것에 대비해 2800명의 경찰 병력과 시위진압용 장갑차12대를의사당 주변에 배치했다.
▼관련기사▼
- 와히드 탄핵 임박…19개월만에 난파위기
와히드 대통령의 출신지인 동부 자바에서는 수만명의 시위대가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탄핵 움직임에 반대하며 교회와 경찰서 건물을 공격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이들을 해산하기 위해 경고 사격을 가해 한때 극심한 혼란 상황이 빚어졌다.
와히드 대통령이 소속된 국민각성당측은 29일 수실로 밤방 유드호요노 안보장관에게 “법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대통령 탄핵을) 선동하고 있는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와히드 대통령은 의회의 탄핵 시도가 정치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의회와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강경대응으로 나가고 있다. 그는 또 자신에 대한 2건의 금융스캔들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정파의 옹립 형식으로 집권한 소수당 출신의 와히드 대통령은 취임 후 다른 정당과의 거국 내각을 통해 권력을 분점할 것을 약속했으나 지난해 4월 야당인 민주투쟁당과 골카르당 소속 각료 2명을 일방적으로 해임하는 등 ‘배신’을 했다.
그동안 와히드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여온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은 29일 대통령의 권력 분점 제의를 최종적으로 거부함으로써 결별 의사를 분명히 했다. 메가와티 부통령은 또한 자신이 속한 민주투쟁당에 대해 탄핵을 논의할 국민협의회 특별총회 소집에 찬성표를 던지라고 주문했다. 궁지에 몰린 와히드 대통령에게는 결정타나 다름없다.야권은 29일 와히드 대통령이 조달청 공금 횡령 및 브루나이 국왕 기부금 증발 사건 등 2건의 금융스캔들에 대해 혐의가 없다는 검찰의 발표에 대해 “탄핵 과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