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31일 공식 발표할 건강보험 재정안정 대책의 골격이 공개됐다.
구체적 내용은 △올해는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고 △지역의보 재정에 대한 국고보조 확대 및 일시적 자금 부족액의 금융기관 차입 △환자의 본인부담금 일부 인상 △의사의 진찰료 처방료 통합 △주사제의 의약분업 제외 등 단기대책 20가지와 △건강보험증의 전자카드화 △질병별 포괄수가제 △노인요양보험 도입 등의 장기대책으로 되어 있다.
정부 대책에는 긍정적인 방안도 적지 않다. 고소득자이면서도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는 사람을 포함해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는 모두 보험료를 물게 하는 것은 진작부터 이뤄졌어야 할 일이다. 원하는 사람이 가입하는 노인요양보험도 노인의료비 급증에 대비한 것으로 필요성이 이미 제기됐다. 또 보험증의 전자카드화는 보험관리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부가 공개한 방안 중 몇 가지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의료계와 약업계의 자발적 동의 없이 마련된 단기 대책의 실효성 문제이다. 의사협회는 벌써부터 약속 위반과 진료의 퇴보를 주장한다. 진찰료 처방료의 통합은 수가인하 효과를 얻기 위해 연초의 약속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고, 환자 수에 따라 진찰료를 차등 지급하겠다는 진찰료체감제도 인위적으로 환자의 의사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시장원리에 어긋난다고 말하고 있다. 만성환자의 처방전 반복사용도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도 최악의 상황은 아니겠지만 문제는 계속 이어지리라고 보고 있는 형편이다.
또 하나는 정부가 재정 안정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여러 단기 대책과 함께 특별법을 만들어 지역의보 예산의 국고지원 비율을 현행 30%대에서 50%로 늘리고 보험료를 내년부터 급여 증가에 상응해 적정수준으로 인상하면 2006년에는 올해 차입할 빚을 갚아 건전 재정 기조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론상으로는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계산에는 대책의 연간 보험재정 절감효과가 2조4000억원이라는 것이 작용했을 터인데 절감효과 역시 의약계의 동의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재정 안정이 뜻대로 될지 염려된다. 더구나 정부의 대책에는 비용의 추가발생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정부의 대책이 건강보험의 자생력 회복 방안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