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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합니다]알코올중독 치료 김모씨

입력 | 2001-05-29 19:16:00


“술마시는 즐거움을 잃은 반면 많은 시간과 건강을 얻었지요.”

연세대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5주 동안 알코올 의존을 치료하고 최근 퇴원한 김모씨(47·무역업체 사장)는 “여가 시간이 많아져 아침에 운동을 하고 자녀들과 못다한 얘기도 나눈다”며 “술을 끊으니 새 세계가 열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업무와 관련된 접대 때문에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알코올 의존이 됐지만 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핑계거리를 만들어 퇴근 후 한잔 하는 것이 습관이 됐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손이 떨리는 수전증도 생겼다. 매일 소주 1병을 마시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듯’ 했지만 남자가 술마시는 것은 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점 상황이 나빠졌다. 아침식사 중 술을 마시다가 아내와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해부터 휴일에도 집에서 술을 마시며 TV를 보며 지냈다. 아내는 자녀의 교육 문제로 늘 고민이었지만 김씨에겐 술 만이 관심이었다. 술 때문에 평일 회사 출근도 2∼3시간 이상 늦곤 했다.

그러다가 술에 취해 큰아버지 제사에 못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버지는 노발대발하셨다. 김씨는 비로소 자신을 되돌아보고 병원행을 결심했다. 자녀에게는 한달 정도 출장간다고 말했다.

김씨는 5주간의 병원 금주프로그램을 철저히 따랐다. 그는 병원에서 갖가지 알코올 의존 환자를 보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았다. 술 때문에 아침식사를 하고도 기억 못하는 ‘알코올 치매환자’ 등 22명의 환자들은 대부분 밥 대신 술을 먹던 사람들이었다. 많은 환자들이 치료 도중 술의 유혹에 넘어갔지만 김씨는 끝까지 이겨냈다.

지금은 술끊는 친목단체에 가입해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정보 교환을 꾸준히 하고 있다.

김씨는 “외국의 경우 술은 자기가 먹고 싶으면 마시는데 우리나라에선 강제로 먹이는 술문화가 문제다”며 “앞으로 ‘금주 전도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likeday@donga.com

◇주치의 한마디

김씨는 약 2년 전부터 매일 소주 1∼2병 정도를 마셨으며 불면증, 식욕부진, 공격적인 행동 등이 나타나 입원했다.

입원 첫 주에는 손떨림 구토 불면증 설사 식은땀 등의 금단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진정제인 벤조디아제핀계 약물과 비타민 B1을 투여하고 수액도 공급했다. 입원 1주일 후 환자의 금단 증상은 해소되었다.

입원 2주째부터는 알코올 중독에 대한 교육, 집단 정신치료, 현재 금주 중인 선배 알코올 중독 환자의 방문교육 등의 모든 치료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입원 3주째엔 술 때문에 끊겼던 가족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자리를 마련했고 입원 4주째는 외박을 시켜 환자가 스스로 술의 유혹을 이기는지 알아보았다.

입원 5주째엔 금주를 하면 금단증상이 생긴다는 생각을 없애기 위해 항갈망제인 아캄프로세이트와 함께 항우울제인 서트랄린을 처방해준 뒤 퇴원시켰다. 환자는 퇴원 후에도 6개월 동안 1, 2주에 한번씩 외래진료를 통해 행동치료와 약물 요법 등의 치료를 받게 된다.

남궁기(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