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등산에 취미를 붙인 회사원 J씨(36). 지난해 10월 큰맘 먹고 15만8000원짜리 고급 등산화를 샀다.
의기양양하게 북한산에 몇 차례 올랐는데 왼쪽 복사뼈에 걷기도 힘들만큼 통증이 왔다. 올 2월 한차례 수선까지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냥 버리기는 너무 아깝고, 다른 등산화로 바꿔 달라고 할까. 벌써 대여섯번이나 신었는데 교환해 줄까. 등산화에 하자가 있는 게 아니라 혹시 내 발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몇 번이나 망설이다 최근 물건을 구입한 일산의 L백화점 내 스포츠용품점을 찾아갔다. 조심스럽게 사정을 이야기하자 점장이 의외로 선선하게 나왔다.
“당연히 바꿔 드려야죠. 같은 모델로 하시겠습니까.”
“아뇨. 그 모델은 좀 불안해서….”
다른 모델의 조금 싼 등산화를 골랐다.
“가격차가 1만2000원인데요.”
“됐어요.”
“그럼 이 등산양말이라도….”
점장은 등산양말을 집어준 뒤 90도로 깍듯이 인사까지 했다. 등산양말에는 정확히 1만2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J씨는 ‘두 번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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