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오승우(71)가 지난 96년부터 중국 인도 네팔 부탄 등 아시아 13개국을 여행하면서 제작한 고궁과 종교건축물 그림을 모아 개인전을 갖는다. 6월 8일∼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미술관.
예술의전당 초대전 형식으로 열리는 이 전시에서 오 화백은 구도자의 심정으로 찾아간 동양 각국의 고건축물들을 보고 느낀 아름다움과 감동을 담은 60∼100호의 대작 100여 점을 선보인다.
네팔의 오래된 사원과 인도네시아의 브람바난 사원 등의 모습이 신비한 보라색으로 웅장하게 그려지고 미얀마 양곤의 쉐다곤 탑들과 인도 바라나시 갠지스 강변의 고건축물들은 노랑과 주황색으로 화려하고도 위풍당당하게 묘사된다.
일제시대 이후 우리 민족의 정서를 잘 대변해 유명했던 오지호 화백(1905∼1982)의 아들이기도 한 작가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한국 고건축물들이 주는 감동을 화폭에 담은 적이 있다. ‘대흥사 불전’(1956년) ‘금산사 미륵전’(1958년) ‘덕수궁 중화전’(1962년) 등은 우리 고건축물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그의 대표적 작품들.
이번 전시에는 40년 전의 작품들과 최근 작품들을 함께 내놓아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바뀌어 갔는지 느낄 수 있게 했다.
이를 비교해보면 당시 우리나라 안에 머물러 있던 대상과 감동이 시간이 흐르면서 동양권으로 확대 심화됐음을 알 수 있다. 이전에 비해 대상의 윤곽은 허물어지고 대신 색채는 더욱 현란해지면서 안개 속이나 꿈속의 정경처럼 몽롱하다. 작가는 이를 통해 물질 중심의 21세기 사회에 동양정신이 한가지 희망임을 일깨우고 있다.
6년 전 설악산 한라산 지리산 등 우리나라 130여 개의 산을 직접 정상까지 답사하며 그린 ‘산’ 시리즈를 선보였던 작가가 이번에는 동양정신의 원형을 추구하는 또 한 차례의 도전에 나서고 있는 것.
오씨는 화가의 생명인 눈이 좋지 않아 몇 차례 눈 수술까지 받아야 했으나 그의 예술혼과 열정은 시련속에서도 수그러들줄 모른다. 02―394―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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