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피워내는 '맛과 멋의 마술'
요리-비평등 음식관련 모든것 다뤄
자격증 없는 만큼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고급문화의 꽃은 음식문화’라는 말이 있다. 이 때문에 10년후 각광받는 전문 직업인리스트에는 ‘맛’과 ‘멋’을 함께 아는 ‘푸드 스타일리스트(food stylist)’가 반드시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정미(吳貞美·40)씨.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오랫동안 요리사 및 요리평론가로 일하다가 3월에 귀국한 그녀는 최근 가장 각광받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그녀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면 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고급취향을 갖게된다”며 “이런 욕구를 추구하는데 정보와 도움을 주는 전문직업인이 푸드 스타일리스트”라고 설명한다.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활동범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호텔이나 레스토랑의 음식배치 및 인테리어 컨설팅, 음식관련 영상 및 인쇄매체 광고물 제작, 요리사와 함께 ‘퓨전 음식’ 창조, 요리평론, 백화점 등 대형 식품매장의 디스플레이 등 사실상 ‘먹거리 문화’와 관련된 모든 사안에 관여한다.
이 때문에 전문 요리사, 요리 평론가, 광고제작자와 중첩이 되는 부분이 많다. 자신의 강점에 따라 전공이 다시 나눠질 정도.
오씨 역시 각종 광고나 인쇄매체의 요리사진 제작, 요리책 발간, 요리평론, 대학강의, 호텔 레스토랑 컨설팅 등의 업무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자격증이 있는 직업이 아니다. 따라서 학습코스도 없다. 그만큼 실력으로 증명해야하므로 입문은 쉽지만 남들에게 인정받을 정도로 대성하기는 어렵다. 대신 고소득의 전문직업인으로 존경을 받고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
오씨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자질로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적인 성격, 미적인 감각, 요리에 대한 애정, 다양한 문화에 대한 경험을 꼽는다.
그는 85년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조각, 디자인 공부를 하면서 뉴욕에 있는 프랑스 요리학교에서 공부한 뒤 뉴욕의 고급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99년에는 역시 요리사인 일본인 남편과 함께 이탈리아로 건너가 ‘요리 공부’를 더 했다. 해외에서 요리사로 일하면서 음식과 예술을 결합한 전시회를 몇차례 연 그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를 넘어서 ‘푸드 아티스트’라는 영역까지 개척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조은정 식공간연구소(02―3477―7418)△강홍준 탑 스튜디오(02―2275―2781)△숙명여대 디자인대학원(02―710―9083)△이화여대 평생교육원(02―3277―3112)△라퀴진의 쿠킹&세팅 클래스(02―3444―5861) 등이 푸드 스타일리스가 될 수 있는 초보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오씨는 “한국에서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지망생에 여성이 많지만 남성들도 전문직업으로 도전해 볼만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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