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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포트]서울대 '갈등' 갈수록 악화

입력 | 2001-05-29 19:43:00


서울대가 심각한 내부 분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인문 사회 자연대를 중심으로 표출돼온 학사정책에 대한 불만이 최근 들어 다른 단과 대학으로 번지면서 대학 전체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대학본부측은 교수와 학생들을 무마하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여러 가지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분열 실태〓서울대 사범대 교수 95명은 29일 오전 대학당국에 대한 항의성명서를 발표하고 ‘사범대 홀대’와 ‘총장의 독단적 학교 운영’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사범대는 24일 본부 인사위원회가 교수임용 심사를 하면서 치의대에 대해서는 이 학교 출신 교수 후보 7명 전원의 임용을 승인한 반면 사범대에 대해서는 타교 출신을 우선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 학교 출신 교수 후보 3명 전원을 부결시킨 데 대해 “사범대를 차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문 사회 자연대 교수들도 18일 기초학문 홀대 정책 등에 반발하며 항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3개대 교수 352명은 “모집단위 광역화, 두뇌한국(BK) 21 사업 등 각종 대학 정책과 본부인사 등이 기초학문을 비하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법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총장의 거취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또한 물리교육과 학부생과 대학원생 157명도 28일 교수 충원을 요구하며 이기준 총장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원인〓서울대 교수들의 잇단 집단성명 파동은 대학본부와 일부 단과대학들이 대학개혁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가장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인문대 권영민 학장은 “대학본부가 단과대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서울대의 총체적인 발전 방향을 제시할 능력을 상실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모집 단위 광역화와 BK 21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기초학문 분야와 사범대 등을 홀대한 것도 교수들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대학본부는 지난해 BK 21 사업 추진을 위해 사범대의 동의없이 9명의 교수를 대학원으로 이적시켜 사범대의 강한 반발을 샀다. 물리교육학과의 경우 교수 3명이 옮겨가 1명의 교수가 학생 157명을 가르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일부 교수들은 이 총장의 독선적인 대학 행정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서울대의 모든 기구가 심의권만 있고 오직 총장만이 최종 결정권을 갖고 행정을 좌지우지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고 전했다.

▽학교측 반응〓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대학본부측은 학장들과의 토의를 거쳐 해결책을 내놓겠다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오수 기획실장은 “3개 대학의 기초학문 위기 성명서에 대해 총장은 27일 1600명의 교수들에게 공감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고 이번 주 안에 3개대 학장들과 모여 구체적인 해결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완상(韓完相)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29일 오후 3시 서울대를 방문해 이 총장과 보직교수 학장 등 40여명과 비공식 회의를 갖고 서울대의 문제를 광범위하게 논의했다.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