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편식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가, 우수인력에 대한 역차별인가.’
신규채용 교수의 3분의 1을 타대학 출신으로 선발한다는 교육공무원임용령(제4조 3항)에 따라 서울대 출신이 교수 선임에서 잇따라 탈락함에 따라 서울대에서 역차별 논쟁이 일고 있다. 또 서울대 일부 단과대학에서는 99년 9월 30일 발효된 이 같은 규정에 반발하는 움직임까지 일어 결국 이 규정이 유명무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규정은 국내 각 대학의 교수들이 본교 출신으로만 구성되어 학문적 편식현상을 빚고 있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29일 사범대 교수 95명은 24일 대학본부 인사위원회가 교수임용 심사를 하면서 타대학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학교 출신 교수후보 3명 전원을 부결시킨 데 대해 항의성명서를 발표했다.
사범대 교수들은 특히 인사위원회가 치의대 교수 후보 7명에 대해서는 이 학교 출신인데도 전원 임용키로 한 것은 학교측의 ‘사범대 홀대’라고 강력 반발해 이 문제를 둘러싸고 학내 갈등의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또 다른 교수들의 불만은 이 대학 출신이 실적 등 모든 면에서 객관적으로 우수한데도 굳이 타대학 출신을 선발하라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것.
서울대 사범대 안희수(安希洙·지리교육학) 교수는 “우수한 인력을 뽑는 것이 우선이지 무조건 타대학 출신을 뽑는 것이 우선이냐”며 “2월 공고 때는 아무런 언급도 없다가 학교지침 때문에 임용이 부결된 후보 3명은 억울하게 역차별을 당한 것”라고 비난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대학본부측은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 ‘타대학 출신 교수를 먼저 임용해야 한다’는 학교 내 지침을 고수하지 않을 경우 교육공무원 임용규정이 지정한 ‘타대학 출신 3분의1’ 규정이 채워지기 어렵다는 판단이지만 과별 교수들의 반발이 만만찮을뿐더러 학과간 형평성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우익(柳佑益) 교무처장은 “의대와 치의대와 같이 레지던트 시절부터 이미 ‘교수 후보’가 정해지고 내부 양성의 성향이 강한 학과에서 타대학 출신 교수를 임용토록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이에 따라 의과대학 계열은 특수한 경우로 이해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유 처장은 또 “내년부터는 광역화 모집으로 단대별 교수 임용이 이뤄지게 되어 있어 각 학과들은 타대학 출신 교수 임용 책임을 서로 떠넘겨 일이 더 어려워 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서울대는 지난해 신규 임용한 36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28명(77.7%)으로 교육공무원 임용령 규정을 지키지 못했으며 올해 초에도 40명의 채용공고를 냈으나 ‘3분의 1’ 규정에 묶여 절반도 안 되는 17명만 임용이 확정된 상태다.
따라서 학교측은 임용령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타대학 출신 교수를 먼저 채용하라는 학내 지침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교수 신규임용을 둘러싼 서울대의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냉소적 시각도 만만찮다.
서울대 사회대 박사과정의 김모씨(30)는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인데 과연 임용령이 실효를 거둘 수 있겠느냐”며 “타대학 출신으로 우리학과에서 석사나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선후배들은 서울대 강단에 선다는 것은 아예 꿈도 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모대학 강사로 출강하고 있는 이모씨(35)는 “인맥 학연 중심의 자기 밥그릇 싸움은 교수사회가 더 심한 측면도 있다”며 “신규교수 임용을 둘러싼 서울대의 이번 분규도 결국 이 같은 세태가 배경에 깔려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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