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샘프러스(미국)와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의 공통점은 세계 남녀 테니스의 정상으로 군림하지만 4대 메이저대회에서 유독 프랑스오픈에서만 우승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샘프러스는 지난해까지 11차례나 출전했으나 96년 준결승 진출이 최고 성적이며 힝기스도 6차례 도전에서 준우승 2회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샘프러스는 98년과 99년 2회전 탈락에 이어 지난해에는 1회전에서 탈락하는 징크스에 시달려야 했다. 페이스가 느린 클레이코트에서 자신의 주무기인 서브 앤드 발리를 제대로 구사할 수 없었던 탓.
30일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1회전. 이 대회와의 악연에 시달린 5번 시드의 샘프러스는 천신만고 끝에 첫판을 간신히 통과했다. 예선통과자인 세계랭킹 250위 세드릭 카우프만(프랑스)에게 풀세트 접전을 치러 3-2(6-3, 4-6, 6-2, 3-6, 8-6)로 힘겹게 승리한 것. 10개의 더블폴트에다 86개의 에러를 한 샘프러스는 3차례 매치포인트를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샘프러스는 “프랑스오픈은 내게 가장 큰 문제를 안겨주는 대회이며 앞으로도 계속 이겨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변의 돌풍을 일단 피한 샘프러스와 달리 마그누스 노르만(스웨덴)과 패트릭 라프터(호주) 등 상위 시드 배정자는 1회전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9번 시드의 노르만은 다비드 산체스(스페인)에게 2-3으로 역전패했고 8번 시드의 라프터도 웨이 아서스(호주)에게 2-3으로 패했다.
반면 올해 호주오픈 챔피언인 3번 시드 안드레 아가시(미국)는 토마스 요한손(스웨덴)을 3-0으로 완파했다. 2번 시드 마라 사핀(러시아)도 마르쿠스 히플(오스트리아)을 3-1로 제치고 1회전을 가볍게 통과했다.
한편 여자 단식 1회전에서 힝기스는 갈라 레온 가르시아(스페인)에게 57분만에 2-0으로 가볍게 이겼다. 어머니이자 코치인 멜라니 몰리터를 두 달만에 모처럼 코트에 대동한 힝기스는 심리적인 안정이라도 되찾았던지 단 1게임만 내주는 완승을 이끌었다.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가 일찌감치 1회전 탈락으로 보따리를 싼 가운데 동생 세레나(미국)는 사라 피트코스키(프랑스)를 2-1로 따돌렸다. 올 호주오픈 우승자인 제니퍼 캐프리아티(미국)도 에미유 로이(프랑스)를 2-0으로 제압, 메이저 2연승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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