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통통 튀는 이미지와는 달리, 나는 1993년 1월 입사 이후 4년 넘게 뉴스 프로그램 붙박이로 방송에 출연하면서 틀에 박힌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부터 틀에 박히는 것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긴 것 같다.
입사 후 방송국의 인력난 때문에 별다른 훈련없이 바로 오후 7시 뉴스에 투입됐는데, 어느 날 운 좋은 사람이 또또복권 1·2·3등에 연속 당첨됐다는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총 당첨금이 수억원은 됐는데 정작 대본에는 합한 액수가 없었다. 시청자들이 궁금히 여길 것 같아 그 자리에서 암산해 “총 몇 억원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정작 덧셈이 틀린 것이었다.
그 때만 해도 순진한 탓인지 나는 “다시 계산해 보겠습니다”라며 태연히 다시 암산해 ‘총 얼마입니다’라고 했고, 방송국 선배들은 스튜디오 밖에서 “저게 뭐야” “그냥 가지” “어휴, 저걸” 등이라고 한마디씩 했다고 한다.
그 후 ‘세계의 톱뉴스’ ‘해외 토픽’ 등을 진행하다가 1998년 외환위기를 맞아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을 구제해주는 ‘힘내세요 사장님’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 그 때도 내 나름대로 독특한 시도를 하려했지만, 끼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러다 그해 가을 기회가 왔다. 당시 후배였던 최은경 아나운서가 결혼하면서 공석이 된 KBS2 FM의 ‘FM 대행진’의 안 주인을 맡게된 것이다.
전임자의 캐릭터가 나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팡팡 튀었던지라, 사실 처음에는 뉴스 진행자 출신답게 오히려 점잖게 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아침방송이란 점을 깨달았고 “이부자리 걷어낼 시간이예욧!” 등의 발랄한 코멘트를 쏟아냈다. 물론 나름대로 유지해야 할 정도는 지키려 했다.
공영성과 오락성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내 노력을 알아줬던지 1999년부터 ‘뉴스 투데이’를 맡게 됐다. 물론 지난해 가을에는 ‘뉴스 투데이’ 진행 도중 킥킥대고 웃다가 시청자들의 항의도 받고 그 때문에 추석연휴 내내 벌 당직을 서기도 했지만, 나는 당분간 이런 스타일을 유지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