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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제2대학 운동본부, 학술지 '얼터너티브 리뷰' 창간

입력 | 2001-05-30 18:39:00


대학생들의 학회활동이 갈수록 위축되는 가운데 대학가에 비판적 담론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온 대학생들이 최근 학술지 ‘얼터너티브 리뷰’를 창간했다.

이를 주도한 ‘제2대학 운동본부’는 여러대학 학생들의 연합 모임. ‘제2대학 운동’은 1995년 연세대 학생회를 중심으로 시작돼 다른 대학에 확산되고 있는 학생 자치운동으로 회원 학생들은 그동안 ‘만화 삐딱하게 보기’, ‘현대 사회에서 록(rock)의 정체성’ 등 제도권 교육이 다루지 않는 내용 중심으로 자체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각종 학회와 소모임을 활성화하는데 힘써 왔다.

‘제2대학 운동’ 참여학생들 중 일부는 가명을 사용하고 있고 ‘얼터너티브 리뷰’의 편집인 6명 중 4명도 가명을 쓰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립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본명 대신 선택한 가명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편집장 ‘마늘’(가명)은 “90년대 들어 기술 만능 풍토가 대학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비판적 담론의 발원지로서의 대학 기능이 사라졌다”면서 “대학생들의 비판의식 함양을 위해 우선 비판적 담론을 담아낼 안정적 지면을 확보하기 위해 학술지를 창간했다”고 말했다.

학회 부흥을 위해 대학생들이 자치적으로 학술지를 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대 운동권 학생들이 주축이 돼 1990년 창간한 ‘학회평론’이 10년간 명맥을 이어왔으나 지난해 종간됐다.

‘제2대학 중앙본부’ 대표인 ‘바람’(가명)은 “가급적 딱딱한 내용을 피하고 대학 1, 2학년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다 실질적인 주제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을 다룰 경우, 이에 대한 학문적 연구에 치중하기 보다 ‘성폭력 학칙 개정 운동’ 등 대학생활과 직결되는 사안들에 대해 논의해 보겠다는 것.

창간호는 ‘2001년 학회운동의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를 특집으로 다루면서 학회 설립과 운영의 노하우를 제시하고 있다. 커리큘럼 예시문과 세미나 진행 방식은 물론 인터넷 활용법과 뒤풀이 방법에 이르기까지 학회 운영진에게 필요한 실질적 내용이 담겨 있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정치경제, 한국 현대사 4개 주제를 교수가 아닌 학생의 입장에서 재해석한 이번 창간호에는 각 주제에 맞는 추천 교재와 그동안 ‘제2대학 운동’이 사용했던 커리큘럼이 소개돼 있다. 4개 주제별에 대한 커리큘럼으로는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마르크스의 사상’,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여성망명정부에 대한 공상’, 강신준의 ‘자본의 이해’, 한국정치연구회 편 ‘현대민주주의론’ 등의 교재를 소개하고 있다. 이 잡지는 앞으로 비정기적으로 간행될 예정.

이런 움직임에 대해 교수들은 반가움과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학생들의 사회적 무관심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현실적인 문제 접근을 통해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사회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학문의 실용적 부분만이 과도하게 부각되지 않도록 균형적 시각을 가져야 하며 가벼운 담론 일색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