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증시의 잠재적인 불안요소는 기업들의 신용 위기에 있다.
특히 기술주들이 급성장을 보이면서 고성장 신화에 눈이 멀어 마구잡이식으로 사업을 벌이면서 가져다 쓴 부채가 이제 거꾸로 비수가 돼 꽂히는 형국이다.
그 중 핵심을 이루고 있는 기업이 루슨트테크놀로지사다. 작년 말부터 꾸준히 자금악화설에 시달리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이 주식시장에 위협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를 반영하듯 주가는 장중 5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며 루슨트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기업이건 주가건 살아나기 힘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4월에 이어 이달에도 루슨트에 희망을 가져다 주는 소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1·4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급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 이유는 단기 부채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점과 기업 실적이 서서히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루슨트 주가 회복에 기여한 것은 인수합병(M&A) 가능성이다. 프랑스 통신사인 알카텔사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루슨트 인수협상을 진행시키고 있다는 소식이 4월 중순부터 시장에 퍼진 것.
부실 기업이 퇴출되지 않고 시장에 남는 길은 M&A를 통한 피인수의 방법이 유일한 상황이어서 루슨트사의 주가는 11달러를 호가하며 뉴욕 증시 반등의 선두에 섰다. 신용 위기에 있는 다른 기업들의 주가 반등에도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한창 진행되는 줄 알았던 인수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다. 공식적으로 보도가 나오기 전 루슨트의 주가는 10% 이상 하락하며 곤두박질쳤다. 협상이 결렬됐다는 것은 기업 회생이 불투명하다는 결론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가 증시의 해석은 단순히 실망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오히려 전화 위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루슨트와 같이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인수자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며 형편없는 헐값에 인수되는 것보다는 점차 회복되는 실적을 바탕으로 독자 생존을 모색하는 편이 낫다는 평가도 나타나고 있다. 어찌됐건 향후 루슨트의 운명이 뉴욕증시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다.(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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