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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짝홀제 자율운영 참여 저조…10대중 3~4대 '짝수'

입력 | 2001-05-30 18:46:00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수도권 일대 자동차 짝홀제 운행이실시됐지만 저조했다


《월드컵 개막을 1년 앞두고 수도권 지역에서 30일부터 자율적으로 실시된 짝홀제 운행이 시민들의 저조한 참여와 외면으로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을 월드컵이 1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별다른 홍보도 없이 이같은 행사를 강행한 관계당국의 탁상행정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저조한 참여도〓짝홀제 시범운행 첫날인 30일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는 짝홀제 시범운영의 날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짝수번호의 자동차가 거리를 누볐다.

짝수번호 차량을 몰고 나온 정모씨(35·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오늘 짝홀제를 시행하는 날인 줄조차 잘 몰랐다”며 “평소처럼 똑같이 밀리는 것을 볼 때 짝홀제 운행을 지키는 차량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의 교통요지인 세종로의 경우 오전 8시30분을 전후해 운행중인 승용차 10대 중 3∼4대가 짝수번호 차량이었고, 강남북을 연결하는 길목인 남산 1, 3호 터널과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등 주요 간선도로도 사정은 비슷했다.

시범실시 기간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유를 제한하게 돼있는 주유소도 대부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을 했다.

수원, 성남, 안양, 부천 등 15개시에서 차량 짝홀수 운행제를 실시한 경기도에서는 짝수번호 차량들이 별다른 제재가 없어 평상시와 다름없이 운행하고 있었다.

서울로 가는 차량이 대부분인 고양시 자유로 장항인터체인지(IC)에서 취재진이 30일 오전 8시부터 20분간 진입차량을 측정한 결과 짝수번호의 승용차가 195대, 홀수번호는 220대로 나타나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자유로 진입로의 병목현상도 평소와 다름없었다.

짝수번호차를 몰고 나온 50대 운전자는 “짝홀제를 알지도 못했지만 1년이나 남은 행사를 준비한다고 차를 몰고 다니지 못하도록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소극적인 홍보와 계도〓경기도의 경우 짝홀제 준수를 계도해야 할 자치단체조차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고양시의 한 관계자는 “지역 유선방송으로 안내했을 뿐 실태파악이나 계도활동을 벌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월드컵의 성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이번 짝홀제 시범운행에 참여가 저조한 이유에 대해서는 시민의식의 부재보다는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관계당국의 홍보와 계도가 부족했다는 것이 중론.

일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최모씨(35)는 “취지는 좋지만 1년 전부터 예행연습을 하는 것은 국민을 끊임없는 ‘계도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데서 비롯된 ‘과잉조치’로 본다”며 “‘때’가 되면 관공서에서 강요하지 않아도 누구나 자발적으로 협조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짝홀제 실시를 주도한 서울시가 30일 오전 시내 주요지점에서 참여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 차량 중 26.4%가 짝수번호 차량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율로 실시돼 참여율이 다소 저조했다”며 “31일까지의 시행성과를 분석한 뒤 내년 월드컵 기간에 짝홀제를 강제화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