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프로야구단 해태 타이거즈 인수 발표가 나온 직후 가장 촉각을 곤두세운 쪽은 현대 유니콘스.
현대는 정몽헌 구단주가 현대 기아차그룹의 정몽구 회장과는 형제지간이지만 그동안의 ‘불편한 관계’를 반영하듯 기아차가 인수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과 인수시기, 매각대금 등을 놓고 임직원들이 설왕설래를 펼쳤다.
특히 현대는 지난해 SK 와이번스에 인천을 내주고 수원으로 옮기면서 향후 서울 입성을 목표로 했지만 해태의 매각이 연고지 문제에서 막혀 난항을 거듭하자 아예 자신이 광주로 내려갈 것까지 내부 검토하고 있던 상태여서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형국.
더구나 정몽헌 회장의 하이닉스반도체가 76%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는 최근 모기업의 어려운 형편 때문에 올 초 정민태를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조웅천 조규제를 SK로 보내면서 받은 이적료로 구단을 꾸려가고 있는 상태. 따라서 현대가 다시 ‘부자구단’으로 지난날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선 15%의 주식을 보유한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가 팔을 걷어붙여야 할 형편인데 기아차의 해태 인수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돼 버린 것.
결국 프로야구도 프로축구의 전북 현대모터스, 울산 현대, 부산 아이콘스와 프로농구의 기아 엔터프라이즈, KCC 이지스처럼 벌써부터 ‘한 지붕 두 구단’의 치열한 라이벌 싸움이 시작됐다고 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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