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과목은 교과 지식을 어느 정도 배웠느냐에 따라 우열이 쉽게 드러난다. 우연히 잘 아는 문제가 나와 답변을 잘했다고 해도 관련 질문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운(運)’이 작용할 여지가 많지 않다. 실전에서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 중 어떤 부분이 답변에 적합한지 파악하는 능력과 적절한 용어 사용 능력이다. 알고 있는 지식을 답변에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일상 용어와 과학 용어를 뒤섞어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질문:비행기가 같은 고도에서 일정한 속력으로 원을 그리며 선회하려고 할 때 조종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변1:날개를 기울여야 한다. 원 궤도의 안쪽 날개를 낮게 하고 바깥 날개를 높게 해야 한다. 어떤 물체가 등속 원운동을 할 때는 물체를 원의 중심쪽으로 당기는 힘, 즉 구심력이 작용한다. 날개를 기울이면 비행기에 작용하는 중력과 공기가 날개를 수직으로 떠받치는 힘의 합력이 원 궤도의 중심쪽을 향하게 된다. 이 힘이 구심력의 역할을 하여 비행기는 같은 높이에서 일정한 속력으로 원운동을 하게 된다.
답변2:엔진 출력을 적절히 조절해 비행기의 운동 방향을 변경해야 한다. 운동 제1법칙, 즉 관성의 법칙에 따르면 물체에 아무런 힘이 작용하지 않을 때 물체는 등속도 운동을 한다. 엔진 출력을 조절하면 비행기에 작용하는 가속도가 변하고 이것이 다시 속도에 작용해 비행기는 등속 원운동을 하게 된다.
답변1은 잘된 답안이고 답변2는 미흡한 답안이다. 문제의 핵심은 원운동을 하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 즉 구심력에 관한 것이다.
답변1은 질문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해 구심력이라는 적절한 물리 지식을 활용하고 있고 공기가 날개를 수직으로 떠받치는 힘인 ‘양력(揚力)’ 같은 용어를 정확하게 몰랐지만 개념 파악이 정확하다.
답변2도 운동 제1법칙과 운동 제2법칙을 도입해 설명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적절한 운동 법칙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답변 내용 중에서도 ‘속도에 작용하는 것’과 같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힘이 작용한다’는 표현은 괜찮지만 ‘가속도나 속도가 작용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물리학적으로 옳지 않다.
다음과 같은 추가 질문도 대비를 해야 한다.
1.구심력과 원심력의 차이는….
정답:구심력은 실제 힘이고 원심력은 구심력에 대한 관성력의 일종으로 구심력과 크기가 같지만 방향은 정반대다.
2.생활 주변에서 이런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정답:급커브 도로는 안쪽 면을 더 낮게 하고 사이클 경기장은 원 궤도의 안쪽이 더 낮다.
3.물체가 구심력을 받아 등속 원운동을 할 경우 구심력에 의한 ‘일’은 어떻게 나타나는 가.
정답: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방향과 물체의 이동 방향이 항상 수직이기 때문에 물체에 해 준 일은 ‘0’이 된다.
정선학(중앙교육진흥연구소 논술팀장) jsh2526@edutopia.com, 02-2296-8000
(도움말〓안소현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과학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