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의 감원 열풍으로 해고된 사원들이 회사 전산망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졸지에 해고된 사원들은 기업 홈페이지를 손상시키거나 고객 데이터를 마구 바꿔 놓고 기밀정보를 빼내 가는 수법으로 ‘해고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코네티컷주에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업체 오메가의 한 직원은 해고 통보를 받은 직후 직원 급여 데이터를 파괴하는 ‘폭탄’을 전산망에 설치해 회사에 1000만달러의 손실을 끼쳤다. 최근 알카텔과의 인수합병 논의가 결렬된 루슨트테크놀로지스사에서 해고된 직원 3명은 벤처 회사를 설립하면서 루슨트의 정보기술을 빼내 가는 과정에서 전산망에 고의적으로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가 미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전산망 파괴 사례가 많아지면서 해고 직원들의 네트워크 접속을 막거나 방어벽을 설치하는 전문 업체들이 각광받고 있다. 첨단기술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져있지만 전산망 복구업체인 인터넷 시큐리티시스템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상승한 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 톰 누난 사장은 “과거 외부 해커들에 의한 전산망 파괴를 염려했던 기업들이 이제 해고직원들에 의한 ‘내부 공격’까지 걱정하고 있다”면서 심적 고통을 토로했다고 “추천서를 잘 써주겠다는 회사측의 ‘선심’이 해고 직원들에게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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