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풍 파문으로 가뜩이나 시끄러운 민주당이 자민련한테도 화살을 맞아 더 휘청거리고 있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원내총무가 충북의 한 지구당대회에서 “대통령과 민주당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인적, 제도적, 법적 청산이 어려운 자민련과의 공조 탓”이라는 식의 발언을 해 자민련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당장 자민련의 지역 국회의원이 “남의 안방에서 민주당이 자민련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며 DJP공조를 뒤흔드는 망언을 했다”고 발끈했다.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도 “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협력하느냐고 묻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인내하고 견딜 줄 알아야 한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어제 자민련 창당 6주년 기념식에서 내각제 개헌 의지를 다시 강조해 민주당과의 ‘거리’를 새삼 확인시켰다.
우당(友黨)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 돕기는커녕 일만 생기면 티격태격하는 두 공동여당의 다투는 모양을 보면 양당의 공조가 겉 다르고 속 다르며 명분도 전혀 없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이번 다툼을 통해 양당공조가 안고 있는 본질적 문제가 극명히 드러난 셈이다. 이총무 말처럼 이념과 노선이 다른 두 정당이 공조하다보니 개혁이 미흡하고 정책추진에 한계가 있으며 시행착오가 거듭돼 온 것은 사실이 아닌가. 개혁입법 처리는 지연되고 양당이 서로를 믿지 못해 국회에서 인사(人事)안건조차 제대로 표결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실정이 그런데도 민주당과 자민련 수뇌부는 공조만이 살길이라며 정부와 국회 요직을 나눠먹고 희극적 ‘의원 꿔주기’ 등 사상초유의 정치 쇼를 벌여왔다. 정치를 우스갯거리로 전락시켜 그러잖아도 정치판이 못마땅한 국민에게 불신을 넘어 혐오감을 심어줬다. 근본적으로 한 길을 갈 수 없는 두 정당이 ‘야합적 동행’을 한 결과다.
사실 현 국정 난맥의 뿌리는 민주 자민련의 무리한 공조에서 비롯됐다는 식의 이총무 발언은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짚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자민련은 서로 상대방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우선 DJP공조의 한계와 문제점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DJP공조의 주인공인 김대통령은 민주당 정풍운동의 근본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양당공조의 문제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어떤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