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음치’라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온 주부 안모씨(52).
“여고 시절엔 가창 시험시간이 제일 무서웠어요. 애들이 킥킥대고 웃는 통에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죠. 합창대회 때는 “입만 뻥긋거리는 게 도와주는 거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고요.”
학교를 졸업하면서 노래를 부를 일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남편과의 부부동반 회식자리마다 마련되는 노래 시간에 평소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 남편 김모씨(55)로부터 음치클리닉에 한 번 다녀보라는 이야기까지 듣게 됐다.
어느 날 대학생 아들의 방에서 흘러나온 최신가요 김건모의 ‘짱가’.
따라 부르기 쉬운 곡이라 음감이 없어도 중얼거릴 수 있겠다 싶어 ‘18번’으로 삼기로 하고 아들 앞에서 시연을 펼쳤다.
심각하게 듣던 아들 김모씨(25).
“엄마, 내 생각엔 엄마가 새 장르를 하나 개척한 것 같아. ‘염불 랩’이라고, 어쩌면 그렇게 한 음계로 전곡을 소화할 수가 있어? 엄만 진정한 ‘아티스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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