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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대만 출신 메이저리거 왜 없지?

입력 | 2001-06-01 14:36:00


메이저리그 최초의 한국인 타자로 꼽히는 최희섭(시카고 컵스)의 팬이라면 이제 궁금증 하나가 생길 만도 하다. “아니, 지난해 최희섭과 늘 견주면서 얘기한 대만 선수 첸진펑(LA 다저스)은 왜 소식이 없는 거야.”

첸진펑이 누구인가. 최희섭과 함께 차세대 메이저리그 슬러거로 꼽히는 동양계 선수다. 최희섭이 트리플A에서 곧 메이저리그 등극을 준비하는 반면, 첸진펑은 싱글A인 베로비치 다저스팀에 머물고 있다. 어깨 부상으로 재활운동을 하고 있으며 팀의 확대 스프링캠프에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부상 탓에 최희섭과 첸진펑의 라이벌 구도는 이렇게 격차가 벌어진 것.

첸진펑뿐만이 아니다. 대만 출신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선수들은 지금 줄줄이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이들 대부분이 ‘토미 존 서저리’라는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 등을 받고 그라운드 대신 병원을 오가고 있다. 유독 대만 선수들만 이렇다.

최고 97마일을 자랑한 투수 궈홍치(다저스) 또한 플로리다 캠프서 재활중이다. 올해 중반에야 싱글A 참가가 가능할 전망. 이밖에 차오진후이(콜로라도 로키스)와 뉴욕 양키스의 왕쳉민도 어깨 수술을 받았다. 둘 다 올 시즌엔 활약상을 볼 수 없다. 무려 195만달러라는 거액에 명문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왕쳉민, 10여 개 팀의 스카우트가 달려들어 경합을 벌인 차오진후이 등은 모두 150km 이상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다. 아직 나이가 24세 미만이라는 점에서 얼마든지 재기의 여지는 남아 있지만 한국-일본과 함께 동아시아 야구 3강으로 꼽히는 대만의 자존심은 이만저만 상한 게 아니다.

유독 대만 선수들만 부상으로 날개를 접은 이유는 확실치 않다. 대만의 고교야구가 우리보다 훨씬 더 투수를 혹사한다는 객관적인 자료도 없다. 지난해 시애틀에 입단한 부산고 좌완 투수 추신수는 결승전 종료 후 속칭 댓포주사(마취주사)를 맞고 경기를 했다고 고백해 야구인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으며, 일본 또한 한 경기에서 160개 이상 던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이런 야구 풍토에서 대만 선수들만 유독 글러브를 벗어 던지고 재활에 임하는 것이다.

마이너리그 팜시스템(farm system·선수육성 시스템)이 마냥 훌륭한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한다. 미국 마이너리그에 정통한 모 에이전트는 “양키스와 콜로라도 등의 팜시스템은 선수를 기다리는 데 다소 인색하다. 지금 부상중인 차오진후이 등은 새로운 구질을 주문한 코칭스태프의 요구 등에 무리한 노력을 기울이다 부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어쨌든 대만의 야구 팬들은 자국 출신 메이저리거의 등장을 보려면 아직 몇 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