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밝아진金대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의 보고를 받으면서 안동수(安東洙) 전 법무부장관 인사파동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한 것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풍(整風) 운동의 직접적 동기가 된 안 전장관 인사파동에 대한 김 대통령의 인식은 곧 당정쇄신 구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므로 유감 표명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당정쇄신 전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유감 표명〓김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일단 안 전장관 인사파동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주당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제기한 인책론의 타깃이 모호해진 셈.
청와대의 인적쇄신 범위가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이 같은 해석에 근거한다. 나아가 김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내 책임이니 더 이상 인책론을 제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인다면 인사검증의 공식라인인 신광옥(辛光玉)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서까지도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청와대 비서진들이 알아서 처신하도록 부담을 안겨준 것이라는 전혀 다른 시각도 있다. 즉 자진사퇴 형식으로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해석인 것이다.
▽인적 쇄신〓인적 쇄신의 범위와 관련해 여권 내엔 전면 쇄신론과 책임론의 양론이 있다.
전면 쇄신론은 청와대의 한광옥(韓光玉)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과 민주당의 김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 모두를 쇄신대상에 넣고 있다.
하지만 책임론은 안 전장관 인선파문에 책임을 면키 어려운 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나 정풍파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남궁진(南宮鎭)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정도를 교체대상에 넣고 있다.
김 대통령이 김 대표의 사의를 반려한 것은 김 대통령이 전면쇄신보다는 책임자 인책 수준에서 사태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와대 내에서는 ‘부분 쇄신’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문책 경질 차원을 넘어 쇄신에 걸맞은 인사를 발탁해 변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대표 재신임〓김 대표의 사의 표명과 김 대통령의 반려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1일 “김 대통령은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성명파 의원들의 목소리를 깊이 경청할 것이나 쇄신작업과 함께 분명히 기강도 바로 세우려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김 대통령이 김 대표의 사의를 반려하면서 거듭 “대표가 당의 중심에 서서 당을 이끌어 달라”고 강조한 것은 바로 기강확립과 관계가 있다.
김 대표의 사의 반려는 단순히 이번 정풍 파동에 대한 당 대표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벗게 해 준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김중권 체제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해 온 이른바 ‘정체성 시비’까지 차단해 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김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 정치일정을 고려해 김 대표를 재신임한 듯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대표 사의를 받아들일 경우 최고위원 전원사퇴 요구가 세를 얻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당헌상 전당대회를 소집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이는 여권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는 정치일정을 한참 앞당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급속히 레임덕이 진행되면서 그나마 김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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