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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 50권 돌파

입력 | 2001-06-01 18:35:00


인문학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길사의 인문학 시리즈 ‘한길그레이트북스’가 50권을 돌파했다. 50번째 책은 지난달 말 출간된 마르크 블로크의 ‘봉건사회Ⅰ, Ⅱ’.

‘한길…’은 한길사가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을 집대성한다’는 취지 아래 번역, 출간하는 동서양의 인문학 고전 시리즈. 플라톤의 ‘소피스테스’, A N 화이트헤드의 ‘관념의 모험’, 라다 크리슈난의 ‘인도철학사’ 등 수준높은 인문학 서적을 소개해 ‘제 2의 르네상스’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다.

한길사가 이 시리즈를 기획한 것은 1996년. 지식 기반 사회로 대변되는 21세기가 도래했으나 기초학문의 토대는 여전히 부실하기 짝이 없는 현실을 개선해야겠다는 목표의식에서 시작했다. 한길사 기획실 이승우 차장은 “한국이 세계적인 출판대국이라고 하지만 알고 보면 ‘플라톤 전집’과 같은 인문학 원전 하나 제대로 번역 출간된 바 없는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길사는 질적인 면에서도 최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기획에서 번역, 편집,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원칙을 세웠다.

깊이 있는 원전 연구를 위해 가능한 한 명의 사상가의 전집 출판을 고려해 기획의 틀을 짜고 번역은 해당 사상가의 이론을 주제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박사학위를 취득한 30, 40대 한글세대 학자에게 맡긴다는 것. 사진, 도표 등 다양한 시각 재료를 배치하고 활자의 모양과 크기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조정한다.

이렇게 공을 들여 한 권의 책을 내는데 드는 비용은 약 2000만원. 그러나 손익분기점인 3000부 이상 판매된 책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사업에 매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차장은 “1990년대 이후 출판이 하나의 비즈니스 수단으로 전락했다”면서 “문화산업의 선봉장으로서 보다 나은 미래사회를 위한 사상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이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50권 이외에도 에릭 울프의 ‘유럽과 역사 없는 민족들’, 한비자의 ‘한비자’ 등 30여 종의 출간이 확정된 상태이며 에반스 프리차드가 지은 인류학의 고전 ‘누어인’등 70여 종이 현재 번역작업 중이다.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