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권노갑 정동영 (왼쪽부터)
초선의원 6인의 성명으로 시작된 민주당의 ‘정풍(整風) 회오리’는 여권 핵심인사들의 위상에도 작지 않은 변화를 주었다.
표피적으로만 보면 정풍 운동의 중심임을 자임하며 당과 청와대 안팎의 동교동계 구주류를 공격하는데 앞장섰던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반(反) 권노갑(權魯甲) 공세’에 이어, 다시 한번 당정쇄신이라는 명분을 등에 업음으로써 경력과 인지도가 엇비슷한 동료, 선후배 정치인들 사이에서 한 발 먼저 치고 나간 셈이 됐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면담 약속 성사 여부를 놓고 불거진 ‘거짓말 시비’로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점, 여전히 여권의 대 주주인 동교동계의 주적(主敵) 1호임이 확인됐다는 점으로 인해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정 최고위원과 대립각을 이뤘던 김민석(金民錫)의원에게는 반대의 평가가 가능하다.
소장파들의 집단행동을 만류하면서 동시에 청와대의 일부 참모들에 대해 일격을 날린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은 수혜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한 최고위원이 이런 입장을 취함으로써 소장파와 동교동 구주류 사이를 조정할 인물로 자신을 이미지화한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김중권(金重權)대표는 김 대통령의 재신임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나, 자신의 치명적 약점인 정체성(正體性)의 문제가 다시 한번 부각됨으로써 오히려 내상(內傷)은 더 컸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대표의 득실은 민생·개혁법안 처리 등 난제가 산적한 6월 임시국회 이후에야 따져볼 수 있을 듯 하다.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동교동계 구주류인사들은 다시 상처를 입었다.
이들은 일부 소장파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권 전 최고위원을 다시 걸고 넘어지고 있다”고 항변했지만 정권 창출 세력으로서 영광은 물론 오욕도 함께 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비난받고 상처입는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멍에와 같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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