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무단 통항은 사건 자체가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형식으로든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 민간상선의 침범이고 국제법적으로 무해(無害)통항권이 보장되는 해역이라는 점에서 남북관계에 결정적인 악영향은 미치지 않겠지만 북측이 어떤 의도로 접근했느냐에 따라 이 사건은 남북관계에 새로운 분쟁의 소지가 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무엇보다 북측이 남한당국에 사전통보나 협의를 전혀 하지 않고 무단으로 영해를 침범한 것은 ‘남북 화해분위기에도 북한이 과거와 변한 게 없다’는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하고 이는 남북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우려가 다분하다.
특히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마무리단계에 있다는 점에서 북측의 의도가 어떻든 이번 돌출행동은 북-미관계 개선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제성호(諸成鎬·법학)중앙대교수는 “남북은 정전체제와 남북기본합의서의 틀에 따라 해상불가침 경계선을 지금까지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는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이 국제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특수관계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남북간 통항질서와 해양이용 문제를 서로 협의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춘호(朴椿浩)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은 “국내법상 북한이 내국인지, 외국인지도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따지다 보면 헌법상의 영토조항 문제까지 거론될 수 있다”며 “이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에서 남북간에 정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