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한지 오래 됐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이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올해 지방자치단체간의 물 분쟁을 보면 물 부족이 얼마나 현실적인 사안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전주권 광역 상수도용으로 세워진 전북 진안군 용담댐의 물 배분을 둘러싼 전북도와 충남도의 물 분쟁을 비롯해 농사용 물대기, 제한급수 등으로 지역마다 수리권 분쟁이 심해지고 있다.
올해의 가뭄이 국민과 정부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그런데도 댐 건설이 거의 중단된 상태에서 찾아온 대가뭄에 수량을 담당하는 건설교통부와 수질을 담당하는 환경부는 각각 방향이 다른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 분쟁은 지구촌 전체로 볼 때 계속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한 나라는 도태될 것이다. 민선 지자체들은 물 부족을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을 찾지 않고 자기 지역의 물 부족에 대한 단기적인 미봉책만 앞세우는 실정이다. 좀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물 정책이 수립돼야 수리권 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대가뭄이 있을 때에는 가뭄 대책을 세우느라 법석을 떨고 연 강수량의 60%가 집중되는 장마철이 오면 홍수에 대한 걱정만 하다가 그냥 지나가고 만다. 좀 더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물 정책을 세우기 바란다.
김 용 규(경남 합천군 용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