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팔레스타인 도부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이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통제력이 점점 더 약화되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은 1일 자살 폭탄테러 사건 직후 팔레스타인 보안군에 즉각적인 휴전을 명령했지만 이슬람 무장단체인 하마스는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하마스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인 마무드 엘 자하르는 “이스라엘의 침략행위가 계속되는 한 휴전은 말도 되지 않는다”며 아라파트 수반의 휴전 명령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팔레스타인의 무장 투쟁을 주도해온 아라파트 수반은 93년 오슬로 선언 이후 ‘협상을 통한 평화 정착’으로 노선을 변경한 이후 이슬람 무장단체들과 갈등을 빚어 왔다.
올해 팔레스타인의 폭탄테러 주요 일지
1월 1일
이스라엘 네타냐 버스정류장에서 차량폭탄 폭발, 20명 부상
3월 4일
네타냐 중심가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4명 사망, 40여명 부상
3월27일
동예루살렘 주택지의 버스 근처에서 자살폭탄 폭발로 1명 사망, 약30명 부상
4월22일
크파르 사바의 버스정류장에서 자살폭탄 폭발로 2명 사망, 40여명 부상
4월23일
텔아비브 남쪽 오르 예후다 노천시장에서 폭탄 폭발, 4명 부상
5월18일
네타냐의 쇼핑몰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6명 사망, 약 100명 부상
5월25일
하데라에서 차량 폭탄테러로 지하드 요원 2명 사망, 이스라엘군 12명 경상
6월 1일
텔아비브 해변가 나이트클럽 입구에서 폭탄 폭발로 18명 사망, 100여명 부상
특히 지난해 9월 발생한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봉기) 이후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아라파트 수반의 통제력이 크게 약해졌다. 팔레스타인 강경파들은 아라파트 수반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나친 양보를 통해 평화를 구걸하고 있다며 비난의 강도를 높여왔다.
극우파인 아리엘 샤론 총리가 취임한 이후 투쟁 방법을 둘러싼 무장단체와 아라파트 수반의 갈등이 더욱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 헤즈볼라 등 과격 이슬람 무장 단체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자살 테러 공격을 강화하면서 아라파트의 외교적 해결노력이 상대적으로 더욱 온건해 보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강경파들은 아라파트가 동족의 희생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아라파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매일같이 이스라엘에 의해 숨진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장례식을 치르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어떻게 통제하란 말이냐”며 곤혹스러운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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