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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尼 군경 와히드에 집단 항명…경찰청장 문책 해임 반발

입력 | 2001-06-03 18:50:00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정국 수습을 위해 강경책을 동원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해 온 경찰청장을 직위해제했으나 경찰과 군 수뇌부가 집단 반발하고 있어 더욱 궁지에 빠졌다.

수로요 비만토로 경찰청장은 2일 대통령의 해임 결정을 무시한 채 전국 간부회의를 소집해 “대통령의 명령이라도 적법한 것이 아니면 거부하라”고 ‘항명 선언’을 했다.

그는 회의에 참석한 경찰 고위 간부 100여명에게 “최근 정치인과 언론인 등 반정부 인사를 구속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지만 불법을 저지른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어느 누구도 체포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위도도 아디수칩토 통합군사령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도 2일 비만토로 청장의 태도를 지지하고 나섰다. 아디수칩토 사령관은 1일과 2일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고위 장성을 소집, 잇달아 회의를 연 끝에 비만토로 청장의 해임 명령 거부는 정당한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경찰청장은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적이 없어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와히드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동부 자바 파수루안에서 발생한 친와히드 시위 해산 과정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시위 대원 1명이 숨지자 비만토로 청장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비만토로 청장이 이를 거부하자 와히드 대통령은 2일 그를 해임했다. 경찰청장 해임에는 의회 동의가 필요하나 와히드 대통령은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전국 지방경찰청장 30명도 1일 성명을 통해 “경찰청장 교체를 거부한다”며 대통령의 자진사퇴 요구를 거부한 비만토로 청장의 결정을 지지했다.

비만토로 청장은 “시위대가 교회와 학교를 불태우고 돌과 화염병으로 경찰관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발포한 것은 적법한 조치였다”며 “경찰청장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와히드 대통령은 비만토로 청장이 계속 해임 명령을 어길 경우 ‘명령 불복종’으로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