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중 금융기관으로부터 지방세 체납액이 100만원이 넘는 시민들의 금융거래 정보를 넘겨받아 압류 절차를 밟고 있어 금융실명법 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4월20일 각 구청장 명의로 은행 증권사 보험사 상호신용금고 등 서울시내 4427개 금융기관 지점에 지방세 체납자 12만7717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담긴 디스켓을 보내 금융 재산의 잔액과 계좌번호 등을 조회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3일 밝혔다.
이성선(李成善) 서울시 세무운영과장은 "금융 정보 확인이 끝난 5만8000여명에 대해 재산 압류를 통한 체납액 강제 징수에 들어갔다"며 "조세 형평성 확보 차원에서 체납자에게는 관련 법규가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제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세금은 공평하게=서울시는 이번 조치가 성실하게 세금을 낸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3월말 기준으로 주민세 자동차세 등 시세 체납액이 올해 예산의 10% 수준인 1조1021억원에 이르고 있어 체납한 세금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무임승차 하는 체납자들 때문에 성실 납세자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
서울시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현행 지방세법 등에 '지방자치단체가 체납자와 거래관계에 있는 금융기관의 특정 점포에 대해 금융 거래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 금융기관 본점 대신 각 지점을 통해 정보를 넘겨줄 것을 요구한 만큼 형식적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또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체납자에 대한 재산 조회시에는 영장없이 금융기관의 거래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개인 금융거래 정보는 철저히 보호돼야=국민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들은 서울시의 이번 조치가 '사용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거래 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는 금융실명법의 근본 취지를 벗어나고 있다고 판단, 조회를 미루고 있다.
이들 은행은 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범위'란 특정 점포와 특정인만 해당된다며 서울시가 모든 지점에 전체 체납자 명단을 주고 정보를 요구한 것은 이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본점 차원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대한 분량의 고객 정보를 최소 범위 규정을 맞추기 위해 형식적으로 각 지점에 요청했다는 것.
▽재정경제부는 고민중=관할 부처인 재경부도 서울시의 체납자 금융재산 조회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대량 조회로 인해 예금자 비밀보장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서울시나 은행들로부터 공식적인 유권 해석 요청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견해를 밝히기 어렵다"며 "유권해석 요청이 접수되는 대로 금감위 등과 협의, 최종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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