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영해를 무단 침범해 제주해협을 통과했던 북한 상선 청진2호(13000t급)가 4일 오전 11시5분 경 서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통과해 해주로 돌아감으로써 이를 둘러싸고 군 내부에서는 물론 여야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또 북한 상선 1척이 이날 오후 3시15분 경 남해 소흑산도 서방 20㎞ 해상에서 우리 영해를 침범, 제주해협 쪽으로 이동해 해경 경비정과 해군 고속정이 출동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청진2호는 이날 오전 5시10분 경 서해 소청도 서남방 해상 80㎞ 가량 지점에서 해주 쪽으로 우회한 뒤 11시 5분께 백령도와 연평도 사이 NLL을 가로질러 오후 2시 경 북한 해주로 입항했다”고 말했다. 북한 선박이 서해 해상에서 북쪽으로 항해하면서 NLL을 넘기는 처음으로, 그동안 북한 선박은 백령도 이북으로 NLL을 우회하는 항로를 이용해 왔다.
이날 청진2호가 NLL 남단 서해상에서 북한 쪽으로 우회하자, 2∼3㎞ 거리에서 감시하던 우리 해군함정은 “백령도 바깥으로 우회하라”고 경고했으나 청진2호는 이를 무시했다.
▼관련기사▼
- [국회 국방위 軍질타]"영해 또 침범땐 어떻게 할건가"
- [北 NLL침범 속셈은]'정전체제 무력화' 치밀한 각본의혹
- [北 NLL침범 전문가 반응]"미온대응 아닌가"
이에 대해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3일 오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에서 6·15 공동선언 정신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북한 상선의 최단거리 통과를 허용키로 결정해 (북한 상선의 NLL 통과를) 묵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북한측으로부터 사전통보 및 허가요청이 있을 경우 북한 상선의 북방한계선(NLL) 통과를 사안별로 허용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NSC 상임위에서 앞으로 북한이 민간선박에 대해 사전통보나 허가요청을 해올 경우 사안에 따라서 NLL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해볼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은 그동안 해상 군사분계선으로서 NLL을 사수해 온 군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데다 이날 북한 상선이 통과한 항로는 99년 북한이 일방 선포한 해상분계선과 일치해 NSC의 결정과 그 절차 등을 놓고 군 일각에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 의원도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군 당국은 교전규칙에 따라 북한 선박을 정지시킨 뒤 요원들을 승선시켜 조사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유삼남(柳三男) 의원도 “군사적 변화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중대한 도발행위인 영해침범을 정치적 논리로 쉽게 대응한 것은 안보 무장 해제와 같다”고 비난했다.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은 답변에서 “북한 상선에 비해 우리 초계정 등이 작아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상선을 정지시킬 수 없었다”며 “단순히 군사적 상황이 아니라 정치적 외교적으로 얽힌 복합적 상황이라고 판단해 모든 준비는 갖추되 국방장관의 승인을 받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어 “재발할 경우에는 강력히 대응할 것이며 여기에는 교전규칙 등을 감안한 필요조치를 강구 중이다”고 말했다.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