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샷은 쇼, 퍼팅은 돈’이라는 골프계의 속설은 이번에도 증명됐다.
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서던파인스 파인니들스GC(파70)에서 벌어진 2001 US여자오픈골프대회(총상금 290만달러) 최종 4라운드.
박세리(삼성전자)는 대부분의 홀에서 장쾌한 드라이버샷으로 캐리 웹(호주)을 압도했지만 웹의 신들린 듯한 퍼팅에 상승세가 꺾이며 3년만의 정상 탈환에 실패했다.
두 선수는 이날 똑같은 그린적중률(61%)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4개 라운드 평균 그린적중률도 60명의 본선진출자 중 공동 1위(71%)로 똑같았다. 같은 조건에서 승부를 가른 것은 바로 퍼팅.
박세리는 4라운드에서 퍼팅수 31개로 웹(27개)에게 뒤졌다. 까다로운 ‘솥뚜껑’ 그린을 26개의 퍼팅(홀당 1.44개)으로 요리하며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5언더파 65타를 몰아친 웹은 이후 3, 4라운드에서도 정교한 퍼팅으로 줄곧 단독선두를 유지하며 이번 대회의 유일한 언더파 기록인 7언더파 273타로 여자프로골프대회 사상 가장 많은 52만달러의 우승상금을 거머쥐었다.
4개 라운드 평균 퍼팅수는 박세리가 31개, 웹이 29개. 박세리와 웹의 이번 대회 총타수 차 8타는 바로 박세리가 라운드당 웹보다 퍼팅이 2개 많았던 것과도 일치한다.
퍼팅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박세리의 4라운드 18번홀 파퍼팅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3m가 조금 넘는 거리의 파퍼팅이 실패하면 도티 페퍼(미국)와 공동 2위로 끝마치게 될 상황. 하지만 박세리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파퍼팅에 성공, 총상금 100만달러짜리 대회 2개를 제패한 것에 버금가는 31만달러의 단독 2위(1오버파 281타) 상금을 차지했다.
만일 공동 2위를 허용했다면 박세리에게 돌아가는 상금은 당초 주최측이 정해놓은 2위와 3위 상금을 합한 것의 절반인 25만6290달러. 박세리는 퍼팅 하나로 7000만원에 달하는 상금을 지킬 수 있었다. 또 박세리는 소중한 파퍼팅 하나로 지난주까지 상금랭킹 2위였던 페퍼를 3위(66만8456달러)로 끌어내리고 2위(75만7431달러)로 올라서며 미국 진출 4년 만에 처음으로 한 시즌 상금 100만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한편 김미현(KTF)은 공동 26위(10오버파 290타), 박지은은 공동 39위(13오버파 293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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