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사무실의 벽면에 음란한 낙서, 잘려진 전화선 10개, 못쓰게 된 컴퓨터 키보드 100개, 사라진 대통령 문장(紋章) 5개, 문고리 2개….’
미국 빌 클린턴 전 행정부 직원들이 올 초 백악관을 비우면서 고의로 훼손했다며 백악관측이 2일 밝힌 기물 훼손 목록이다. 이로써 백악관에 근무했던 클린턴 전 행정부 직원들의 기물 훼손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백악관 기물 훼손 논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하루 뒤인 1월 21일 시작됐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지는 클린턴 전 행정부 직원들이 자신들이 쓰던 컴퓨터 키보드에서 부시 대통령의 이름 중간자인 ‘W’자를 지워버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아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훼손된 기물이 이 뿐만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4개월이 넘도록 구체적인 훼손 내용이 발표되지 않자 민주당 의원들은 “클린턴 행정부를 흠집 내려는 현 행정부의 술책이 아니냐”며 반격에 나섰다.
심지어 공화당의 앤서니 D 와이너 의원까지 가세해 1일 백악관 밖에서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부시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국민을 오도했다는 게 이유.
그러나 플라이셔 대변인은 “그동안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은 것은 부시 대통령이 과거에 연연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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