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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이종범 오나 안오나…美선 성공가능성 낮아

입력 | 2001-06-04 18:30:00


일본 프로야구 입문 4년 만에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방출 당한 ‘야구천재’ 이종범(31).

1일 구단에서 퇴출 절차중 하나인 웨이버 공시를 한 뒤 4일간 아직 일본 내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영입하겠다는 제의가 없다. 7일까지 연락이 없다면 그에게 남은 선택은 한국행과 미국행 두 가지.

현재 이종범은 “미국에서 마지막 야구인생을 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한국행이 훨씬 높은 편이다.

물론 이종범의 미국행에 걸림돌은 없다. 웨이버 공시기간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 신분이기 때문에 어느 팀과도 계약이 가능하다. 문제는 일본에서 실패한 그를 원하는 미국 구단이 있겠느냐 하는 점. 설사 계약을 하게 되더라도 십중팔구 마이너리그 계약이다. 30대에 낯선 미국에서 영어를 배워가며 2∼3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인내할 수 있을까.

이종범은 역시 주니치에서 뛰다 미국으로 건너간 이상훈(보스턴 레드삭스)과 경우가 다르다. 이상훈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팀에서 붙잡는데도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종범은 지금 아무도 불러주는 팀이 없기 때문에 미국야구에 도전하려는 케이스다.

이종범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어야 하고 또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가 가족. 그는 야구선수이기 이전에 아내와 정후(3) 가연(2) 두 아이를 돌봐야 하는 가장이다. 자녀의 교육문제 등 아버지로서의 책임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선동렬 홍보위원이 미국 보스턴 레드삭스의 제의를 뿌리치고 은퇴를 결심한 첫번째 이유도 가족이었다.

두번째는 명예. 이종범은 일본을 방문한 해태 정기주 사장과의 면담에서 “‘명예회복’을 하고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마디로 ‘창피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낮은 미국에서도 ‘그저 그런’ 야구선수로 남는다면 한국에 얼굴 들고 오기 힘들다.

오히려 지금은 컴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해태 인수를 밝힌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도 그를 원하고 있고 광주팬들도 기다리고 있다. 새로 얼굴을 바꾼 고향팀을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한다면 그보다 좋은 ‘명예회복’이 없다.

해태 정 사장은 “인생선배로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종범이 현실을 직시하고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