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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타는 국토-2]21세기 국제분쟁은 '물싸움'

입력 | 2001-06-04 18:36:00


《“물 부족을 해결하는 사람은 노벨 과학상과 평화상을 동시에 받을 것이다.” 1960년대 초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한 말이다. 40년 전에도 심각했던 지구촌의 물 부족은 갈수록 심해져 물을 확보하기 위한 다툼이 국가간 분쟁으로 비화하는 경우마저 흔해졌다. 두 나라 이상을 지나는 국제하천이 214개나 되고 이 강들의 유역에 세계 인구의 약 40%가 살고 있어 물 관리와 통제 등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로 인한 갈등이 가장 심한 곳은 중동 지역. 그 중에서도 요르단강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아랍국들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폭 4∼5m, 길이 360㎞의 작은 강에 불과한 요르단강은 중동의 사막지대에서는 드물게 연중 물이 흘러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에는 생명수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누군가가 이 물을 더 확보하려 하면 필연적으로 분쟁이 발생한다.

67년 제3차 중동전쟁도 물 때문에 시작됐다. 시리아가 안정적인 물 확보를 위해 요르단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려 하자 수자원 고갈을 우려한 이스라엘이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상류지역은 물론 또 다른 주요 수원지인 골란고원까지 점령했다. 골란고원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이스라엘 수자원의 30%를 차지하는 갈릴리 호수를 채운다. 골란고원 반환 문제는 지금까지도 이스라엘과 시리아간 평화협상의 주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골란고원을 반환하더라도 완충지대를 설정해 수자원만은 공동으로 이용하자는 타협안을 내놓고 있다.

▼글 싣는 순서▼

1. 물물물…목타는 국토
2. 요르단강을 잡아라
3. '아랍형' 남의 일 아니다
4. 물부족, 과학으로 해결?
5. 물은 생명이다

이스라엘은 최근에도 요르단강의 지류인 하사바니강의 물 사용 문제를 놓고 레바논과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중동 지역에 3년째 가뭄이 지속되면서 물이 더욱 귀해지자 올 3월 레바논이 하사바니강 일부를 레바논 국경 마을로 끌어들이는 공사를 시작한 것이 원인이다. 하사바니강은 갈릴리 호수의 25%에 해당하는 물을 공급하는 주요 수원지 가운데 하나다.

이스라엘이 국제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 확대에 집착하고 있는 것도 이 지역 지하수 85%를 이스라엘로 끌어들여 사용하고 있기 때문. 지하수를 지키기 위해선 유대인 정착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스라엘 수자원위원회는 올해 13억5000만㎥의 물이 필요하지만 확보 가능한 수자원은 9억5000만㎥에 불과하다며 물 부족을 호소했다.

그러나 주변 아랍국에 비하면 이스라엘은 나은 편이다.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의 1인당 물 소비량은 인근 아랍국가보다 2∼3배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에 주요 수자원을 빼앗기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물 부족은 견디기 힘들 정도. 이스라엘의 1인당 연간 물 사용량은 170㎥인 반면 팔레스타인은 2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인 나일강을 둘러싼 아프리카 국가들의 갈등도 심각하다. 나일강은 계속 수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인근 지역의 인구는 연간 3%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물 부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집트는 나일강 상류의 수단과 우간다가 안정적으로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댐을 건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댐 건설로 강물을 차단할 경우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터키는 인근의 다른 아랍국들이 석유를 무기화할 경우 유프라테스강 상류에 댐을 건설, 시리아와 이라크로 흘러 들어가는 물을 차단해 물을 무기화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밖에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갠지스강, 미국과 멕시코는 그란데강, 페루와 에콰도르는 자루밀라강을 사이에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물 부족으로 인해 초래될 지구촌의 대재앙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98년 현재 세계적으로 2500만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물을 충분히 마시지 못해 숨지는 사람도 하루 평균 5000명이나 된다. 앞으로 15년 이내에 세계 인구의 절반인 약 30억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란 유엔 보고도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13억8500만㎦. 이 가운데 97.4%는 바닷물이며 담수는 2.6%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이 지하수 형태이거나 접근이 어려운 오지에 존재하고 있어 인류가 물 부족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수년동안 지구상에 이상 가뭄이 닥쳐 수자원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