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판사들의 신인 소설가 공모는 ‘흉작’이 될 조짐이다.
민음사가 주관하는 제25회 ‘오늘의 작가상’과 현대문학이 실시하는 ‘2001년 신인추천작’은 소설부문에서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두 문예지 모두 신인공모전 수상작을 못내기는 처음이다.
두 공모 행사의 응모 편수는 각 70여편, 150여편으로 예년에 비해 다소 늘었다. 하지만 신인다운 ‘참신성’과 ‘패기’를 갖춘 작품이 없었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평가다.
‘오늘의 작가상’ 예심을 맡은 성석제 김외곤 김미현씨의 공동 심사평은 이같은 결과를 잘 드러내준다.
“투고작의 주제는 다양했지만 개성의 확보나 다양화로 연결되지 않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익숙한 것에서 낯설음을 발견함으로써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보다는, 낯설은 것에서 익숙함을 발견함으로써 진부한 사실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2001년 신인추천작’ 중 단편 부문 심사를 맡은 이재룡 숭실대 불문과 교수의 심사 후기는 좀더 구체적으로 이를 꼬집는다. 이 교수는 “응모작 150편 중 소재면에서 ‘영안실 문학’(죽음)이라고 불릴만한 작품이 절반이 넘었으며, 나머지 반은 ‘여관 문학’(사랑)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와 함께 심사한 소설가 마르시아스 심씨는 기성작가의 흉내를 내며 ‘그럴 듯하게 포장된’ 작품이 많음을 우려했다. 이런 흐름에 실망한 심씨는 심사평도 신인의 패기를 선동하는 격문(?)으로 적고 말았다.
“순수문학과 통속문학을 넘나들며 문학의 본질을 농락하는 일부 기성 문학인들의 뺨을 후려치고, 알콩달콩 콩 구워 먹는 소리나 뇌까리는 나와 같은 얼치기 문학인들의 면전에 침을 뱉는 울분의 열정으로 창작에 임해야 한다. 대오각성한 이들이 곧 전대미문의 탁월한 소설을 들고 혜성같이 나타나, 자신을 낙선시킨 나를 부끄럽게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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