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머리 총각 가와츠 도오루씨(31)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오전엔 앞치마를 두른 도시락집 주인, 오후엔 가시마시 시의원, 그리고 저녁엔 서포터스 리더….
2001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 일본-브라질전이 열린 4일 밤. 가와츠씨는 메가폰을 잡고 서포터스 응원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그는 바로 프로축구 가시마 앤틀러스 응원단인 ‘인파이트(INFIGHT)’의 리더. 92년 그가 산파역을 해 출범한 ‘인파이트’는 어느새 수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가시마시의 구심체로 자라났다. 지난달 19일 가시마 월드컵축구경기장 개장 기념 경기 때 그가 내빈석이 아니라 스탠드 맨 앞줄에서 5000여 서포터스를 진두지휘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
그는 99년 가시마 시의원 선거에 최연소인 29세로 입후보해 현역 후보 4명이 낙선한 가운데 1652표를 획득해 1등으로 당선했다. “젊음과 축구를 통해 가시마시를 바꾸겠다”는게 당시 그의 출사표. 월드컵을 통해 가시마시가 홍보되면 시의 인기가 올라가고 시의 인기는 곧 시의 실력으로, 또 시의 부흥으로 귀결된다는게 그의 논리다.
시의회에서는 월드컵 추진 시책을 담당하는 총무기획위원회 소속. 2002월드컵 때 브라질 대표팀을 가시마 캠프에 유치하는게 요즘 그의 지상 목표다. 이 때문에 4일 경기땐 브라질 유니폼을 입고 양팀을 번갈아 응원했다.
그는 가시마 시민의 뜨거운 축구 열기를 확신하면서도 마음 한구석 불안감이 없지 않다. 가시마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첫 날 경기인 브라질-카메룬전 때 관중석이 텅 빈 것을 보고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던 것. “승부도 좋지만 최고의 경기가 펼쳐지는 월드컵땐 축구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그가 이날 경기 하루전인 3일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월드컵의 진면목을 알리는 세미나를 갖는 한편 서포터스들에게 “월드컵 입장권 추첨에 당첨되지 않더라도 자원봉사든 뭐든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자”고 부르짖는 것도 한 차원 높은 축구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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