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공무원을 상대할 경우에도 ‘윤리규정대로 하라’고 지시하긴 힘듭니다.” 윤리강령과 실천지침을 만들어 추진하고 있는 한 기업체의 최고경영자가(CEO)가 사석에서 털어놓은 얘기다. 직원이나 협력업체의 윤리수준은 끌어올려 다른 기업보다 높일 수 있지만 ‘정치, 사회적 외부환경’이란 벽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본보 화요일자에 연재된 ‘기업윤리가 경쟁력이다’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한 나라의 정치 사회적 수준이 그 나라 기업의 ‘윤리점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3M의 기업윤리 담당이사는 기업윤리를 강조하는 이유를 “비즈니스를 위해”란 말로 압축해 설명했다. 비윤리적 기업활동으로 시장에서 낙인찍히면 미국 안에서 의 비즈니스는 끝장난다는 얘기. 3M 윤리강령의 선물에 관한 까다로운 항목은 미국 정부의 엄격한 규정을 기초로 만든 것이었다. 사회와 정부의 높은 윤리수준이 기업의 윤리수준을 이끌어가는 셈이다.
그렇다고 세계적인 윤리기업이 모두처음부터 윤리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제3세계의 값싼 미성년자 노동으로 옷을 만들어 돈을 벌다가 인권단체의 항의가 거세지자 방향을 180도 바꿔 미국 내 노동수준을 전세계 사업장에 엄격히 적용하게 된 의류업체, 아프리카 개도국에 분유를 팔려다가 너무 엷게 타 먹인 분유로 영양실조 아이들이 속출해 문제가 되자 ‘모유먹이기 운동’으로 돌파구를 찾은 식품업체에서 그 예를 본다.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성장의 한계에 부닥쳤을 때 해결의 ‘윤리’에서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의 규제개혁 완화조치에 대해 재계는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윤리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결의문으로 화답했다.
바닥 수준의 경영투명성 탓에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던 한국 기업이 세계적 윤리기업들이 발견했던 ‘그 답’을 찾았다면 희망은 있다. 만에 하나, ‘떡 하나’ 준 정부에 대한 일과성(一過性) 립서비스에 그친다면 한국 기업이 가야 할 길은 너무나 멀 것이다.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