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에 보았던 영국 코미디의 한 장면이 기억난다. 한 성질 급한 부자의 아들이 아버지의 독설에 계속해서 “네, 아버지”라고 얌전하게 대답하면서 아버지가 탄 휠체어를 절벽 끝으로 밀고 있다. 마침내 절벽 끝에 이르자 아버지는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도시 풍경을 가리키며 “내가 죽으면 이게 다 네 거다”라고 말한다. 아들은 “네, 아버지”라고 대답하고 휠체어를 힘껏 밀어버린다.
▼상속제 폐지 10년후 한시적 적용▼
필자가 갑자기 이 장면을 생각하게 된 것은 상하 양원이 합동으로 고안하고, 부시 대통령이 의기양양하게 서명한 새 세금법 때문이다. 이 법은 여러 면에서 독특하다. 이 법을 입법한 사람들은 이 법이 예산에 미치게 될 영향을 감추기 위해 가장 대규모의 세금 감면을 거의 10년 후로 미뤘다. 특히 상속세의 폐지는 2010년으로 미뤄졌다. 그런데 이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입법자들은 2011년이 시작됨과 동시에 이 법안의 효력이 사라지고, 세율이 2000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조항을 집어넣었다.
따라서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게 될 사람들은 묘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만약 부모가 2010년 12월 30일에 돌아가신다면, 자식은 세금 한푼 물지 않고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부모가 2011년 1월 1일까지 생명을 부지한다면, 자식은 유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쯤 되면 이 법안의 이름을 ‘달리는 기차에서 어머니를 밀어 떨어뜨리는 법’이라고 붙여야 하는 게 아닐까.
물론 새로운 세금법의 이상한 점이 이것뿐만은 아니다. 이 법에 따르면 중상류층 가정에 부과되는 세금이 2004년 말부터 갑자기 증가하게 되어 있다.
▼2004년 말부터 중상류층 부담 급증▼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 걸까.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섰다가는 세금감면으로 인해 정부 예산을 수천억 달러나 증액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법자들은 뭔가 조치를 취하긴 취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문제들에 대한 부분적인 해결책을 법안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해결책을 고안해놓고 보니 이 법안이 실시되고 나서 10년 후에는 세금감면액이 정부 예산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입법자들은 묘책을 생각해냈다. 이 해결책들의 효력이 2004년에 만료되도록 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이번 세금법안은 황당한 농담과 같다. 그리고 이 농담의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어 있다. 결국 언젠가는 책임감 있는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에 의회가 통과시킨 세금법안을 일부 폐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정치인’이라는 말 자체가 왠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든다.
(http://www.nytimes.com/2001/05/30/opinion/30KRUG.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