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오찬'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4일 청와대에서 2시간반 동안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을 제외한 11명의 최고위원들이 돌아가면서 발언을 했다. 김 대통령은 메모하면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들었다.
회의가 끝난 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이 “언론의 관심이 크니 발언록을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김 대통령은 “꼭 그럴 필요가 있나요… 대변인이 종합적으로 발표하면 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전언으로 구성해 본 이날 회의 발언요지.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최고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주요 정책과 인사에 대한 심의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청와대 최고위원회의도 정례화해야 한다.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워크숍과 최고위원회의의 논의내용을 긍정적으로 수용해주기 바란다. 대통령이 큰 결단을 해주기 바란다. 민심 악화는 개혁추진 과정에서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지만, 인사 또한 기대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지도록 하고, 권한의 분산으로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 비공식라인의 영향력 행사에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정책보다는 정치에 힘을 써주기 바란다. 세가지 햇볕정책을 펴야 한다. 남북햇볕으로 평화통일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셔야 하고, 동서햇볕으로 지역감정을 극복해야 하며, 또 여야간 햇볕정치가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께서는 통 큰 정치에 힘을 써달라.
▽김기재(金杞載) 최고위원〓국정추진 과정에서 해당장관의 책임을 물으면 해결될 일인데 그렇게 되지 않았고, 이것이 쌓여 대통령에 부담이 가는 상황이 왔다. 당에 힘을 실어주는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신낙균(申樂均) 최고위원〓보다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치할 필요가 있다.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총재에게 용서를 구할 일이 있다. 대통령 면담 약속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렸다. (일부의 주장은) 사실관계가 많이 다르나 어쨌든 죄송스럽다. 어떻게 하면 당과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되돌릴까 하는 충정에서 나온 것이지, 한 점 다른 의도가 없다. 민심회복을 위해 인사개편이 요청된다. 노벨상 받으러 출국할 때 말씀하신 대로 ‘국민이 바라는 일대 국정개혁’을 국민은 기다려왔다.
▽안동선(安東善) 최고위원〓오갈데 없는 동지들을 위해 사무실을 여는 그런 것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통적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대통령이 국정운영의 방향과 틀을 잡은 뒤에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 전반에 관한 비전과 각오를 밝혀줄 필요가 있다.
▽장을병(張乙炳) 최고위원〓제도 개혁은 중장기적으로 실천해야 하지만 인사쇄신은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 가지를 보완해서 대책을 마련해달라.
▽김원기(金元基) 최고위원〓큰 틀에서 정치가 복원됐으면 좋겠다.
▽김 대통령〓워크숍과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의견은 애당하고 애국하는 충정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 앞으로는 당내에서 얘기해야지 밖에서부터 얘기해서 분열로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토론은 정당 선진화에 기여하지만, 민주적이고 질서있게 이뤄져야 바람직하다는 점을 다시한번 부탁한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점을 실감한다. 대통령으로서 확고한 의지로 국정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최고위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당총재를 도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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