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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빗나간 경시대회 열풍

입력 | 2001-06-04 18:46:00


대학입시와 연계된 각종 경시대회가 난립하고 있다. 이 바람에 많은 수험생들이 경시대회준비를 위해 따로 학원에 다니고 학부모들은 또다른 과외비 부담에 허리가 휘고 있다.

현재 전국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경시대회만 150개 정도며 각종 학회, 어학 컴퓨터기관, 교육청 등에서 실시하는 것까지 합하면 6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각 대학들은 어학 수학 과학 논술 컴퓨터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우수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입상자에게는 입시전형 때 가산점을 주거나 입학시 장학금 혜택 등을 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종 단체까지 가세하는 함량미달의 경시대회가 양산돼 수험생들은 어떤 대회가 실제 입시에 도움이 되는지 헷갈리고 있다. 일부 기관은 ‘입상만 하면 대학진학이 보장된다’며 학부모와 수험생들을 현혹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학원에 고액의 ‘경시대회 준비반’이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 고교에서는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학습모임까지 만들어 수험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어제 서울 강남에서 열린 한 사교육업체의 경시대회 설명회에도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마치 경시대회가 대입을 위한 또 하나의 정규과목이 된 듯한 모습이다.

경시대회의 원래 목적은 한 분야의 특출한 영재를 발굴해 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영재 발굴이 아닌 대학입시의 한 수단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경시대회까지 입시 틀에 맞춰 이루어지는 우리의 교육현실이 안타깝다.

문제는 경시대회 성적을 입시에 반영한다는 원론적인 발표를 해놓고도 아직 명확한 전형기준을 밝히고 있지 않는 대학이 많다는 점이다. 각 대학은 하루빨리 이를 정확히 제시해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수험생도 모든 경시대회를 기웃거리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점을 인식하고 좀더 효율적인 입시전략을 짜야 한다.

교육당국으로서는 경시대회의 공신력과 성격, 규모, 수준 등을 엄격히 심사해 일정기준 이상인 경우만 입시에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모든 경시대회의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대학이나 학부모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입시 반영도를 차등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면에서 현재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경시대회 등록심의제’의 도입을 검토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