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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가 경쟁력-10·끝]"투명한 기업-CEO 인센티브 주자"

입력 | 2001-06-04 18:46:00

좌담회에 참석한 김석중 상무, 박헌준 교수,구학서 사장, 이남주 부회장(왼쪽부터)


선진국 기업들의 ‘윤리적 글로벌 스탠더드’를 짚어본 이 시리즈가 10회로 끝난다. 존슨&존슨 3M 사우스웨스트 킴벌리클라크 등 모범 기업의 윤리경영 실태를 살펴봄으로써 한국 기업이 기업윤리를 서둘러 실천해야 함을 알게 됐다. 기업윤리는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요체일 뿐만 아니라 사회전체를 맑게 하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점을 깨닫게 했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기업윤리 전문가들이 모여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에는 구학서(具學書) 신세계 사장, 김석중(金碩中) 전경련 경제조사본부 상무, 박헌준(朴憲俊)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이남주(李南周) 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겸 반부패국민연대 부회장(인물명은 가나다순)이 참석했다.

▼글 싣는 순서▼

1. 존슨&존슨
2. 3M
3. 美 기업평가 시스템
4. 다국적 기업 나이키
5. 사우스웨스트
6. 조지아 퍼시픽 펄프공장
7. 네슬레
8. 노키아
9.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10. 전문가 좌담-독자 반응

-‘기업윤리’에 대한 정의(定義)는 무엇일까요.

▽구학서 사장〓아직도 기업윤리를 직원의 부정부패를 줄이는 것 정도로 이해하는 기업인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익을 못 내면서 분식결산을 통해 성과를 속여온 비윤리적 기업이 자신의 문제를 금융권에 덤터기 씌운 것이 외환위기의 실체라고 믿습니다. 기업윤리를 도입한다는 것은 막연히 ‘도덕적’이 되자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사업하고 올바로 이익을 냄으로써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자는 의미입니다.

▽김석중 상무〓아직 한국에서는 ‘기업윤리’라는 말의 개념이 제대로 서있지 않습니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기업이 무서워해야 할 상대가 셋 있습니다. 물건 사주는 소비자, 돈 빌려주는 금융기관, 주식을 소유한 투자자입니다. 이들이 미워하면 기업은 망합니다. 기업윤리도 이런 관점에서 이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헌준 교수〓최근 윤리를 잘 지키는 기업이 재무적 성과도 잘 낸다는 등의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연세대 BK21팀이 최근 한국의 300대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도 윤리성이 높은 기업이 외환위기 같은 위기상황에서 생존력이 높으며 재무적 견실성도 뛰어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제 기업윤리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입니다.

▽이남주 총장〓하지만 한국의 소비자들은 기업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습니다. 기업윤리가 기업의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기업윤리 문제를 단지 ‘돈 문제’로 봐서는 본질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저공해 상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환경파괴, 생명파괴와 관련된 기업활동은 아예 하지 않는다는 식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스스로 확장을 억제할 정도의 도덕적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교수〓도덕적 선택을 하는 기업이 도산하거나 부도덕한 기업이 성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논리에 충실하더라도 기업윤리가 뿌리내리지 못한 기업은 성장의 한계에 부닥치게 되는 현실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업윤리 도입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구사장〓기업의 최고경영자의 의지입니다. 기업의 오너나 전문경영인이 윤리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철학을 가져야 합니다. 또 추진과정에서 “윤리적으로 하다간 비윤리적인 경쟁업체에 뒤진다”는 아랫사람의 말에 속으면 안됩니다. 순간의 ‘장사’에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윤리적 선택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상무〓미국에서 기업윤리가 발달한 이유가 미국의 CEO들이 날 때부터 정의롭기 때문은 아닙니다. 소비자가 윤리적 기업을 편애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왕따’시키는 높은 윤리환경 때문에 미국기업들은 기업윤리를 당연한 ‘투자’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치적 사회적 윤리 요구수준이 낮은 한국의 CEO들은 기업윤리를 ‘비용’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도입기업에 세무조사 감면과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주효할 수 있습니다.

-기업윤리는 어떤 수준과 방법으로 도입해야 하겠습니까.

▽이총장〓제가 시민단체 대표로 참가하고 있는 공정거래자율준수위원회는 기업윤리 도입수준을 3단계로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공정거래를 준수하겠다는 윤리적 선언을 명문화하는 단계, 두 번째는 임직원에 대한 윤리교육, 세 번째는 실천에 대한 평가입니다. 또 지속적 실천을 위해 전임자를 두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구사장〓재작년 윤리경영을 선포하고 협력업체에 협조공문까지 보낸 뒤 “기업윤리를 한다는 기업이 왜 이 모양이냐”는 항의가 많아졌습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이미 우리 기업을 보는 외부의 잣대가 달라졌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상징적, 선언적인 의미더라도 강령과 실천지침을 도입해 대내외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김상무〓몇몇 정부관료가 기업윤리도 행정력이나 법제도로 도입시켜볼까 생각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기업윤리는 ‘자발적’으로 이끌어내지 않으면 의미도 실효성도 없습니다. 기업윤리는 기업의 문화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박교수〓윤리적 기업이 성공하고 칭찬 받는다는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윤리적인 기업을 발굴해 칭찬해주는 시스템을 사회 전체가 만들어가야 합니다.

sanjuck@donga.com

▼시리즈에 대한 독자 반응▼

“경영자를 꿈꾸는 경영학 전공 학생으로 좋은 기업과 경영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따분한 얘기인 줄 알았던 기업윤리라는 주제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리즈를 보고 대학생 현상모집 논문의 주제를 기업윤리로 정했습니다.”

4월초부터 동아일보에 게재된 ‘기업윤리가 경쟁력이다’ 시리즈를 읽고 전국 수십명의 대학생들이 보내온 e메일의 내용들. 이 시리즈는 “한국기업이 겪고 있는 위기는 ‘신뢰의 상실’에서 왔으며 시장과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는 지름길은 기업윤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두달에 걸쳐 연재됐다.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여러 기업의 사내교육 담당자들도 전화와 e메일을 통해 성원을 보내왔다. 제일제당 데이콤 남해화학 등의 사내교육 담당자들은 “이 시리즈를 임직원을 위한 사내교육 교재로 쓰기로 했다”고 전해왔다. 데이콤은 시리즈가 게재된 4월 윤리규범과 실천지침을 새로 도입하기도 했다. 또 기사로 다뤄진 존슨&존슨 3M 나이키 등 기업의 한국지사에는 윤리관련 자료를 구하는 타기업 담당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기도 했다.

고려대 연세대 등 기업윤리 강좌가 개설된 대학들은 시리즈를 교재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문형구 교수는 “기업윤리 교과서에 나오는 기업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기업윤리를 실천하는지 생생히 보여주는 텍스트여서 수업에 유용하게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재계는 정부의 규제완화에 발맞춰 지난달 30일 경제 5단체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업윤리 도입의 구체적 계획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6월중 회원사를 중심으로 윤리강령 도입을 확대하고 윤리담당 부서 및 임원을 두도록 권장하기로 했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는 “정부에 규제개혁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재계도 투명경영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동아일보 보도대로 기업윤리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