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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우리는 이렇게 틀렸습니다"…신한증권 시황오판 반성

입력 | 2001-06-04 18:46:00


“해외 경제분야에 대한 분석력의 부족을 통감했다. 지난달 전체적인 시황 예측은 실패한 것으로 본다.”

한 증권사가 매달 초 발간하는 데일리에 지난달 예측 중 무엇이 틀렸는지 고백하는 ‘평가서’를 발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4월부터 3개월째 월간평가서를 투자자에게 발표하는 곳은 신한증권 투자전략팀.

이들은 4월초 처음 발표한 ‘3월 평가서’에서 “금융주에 관심을 가지라고 권했으나 결과적으로 오판이었다”며 “금융권이 현대건설 등 부실기업 수습 과정에 물려 들어가며 결국 주가가 하락했다”고 털어놓았다. 4월 평가서에는 “지수의 추가 하락을 예측했지만 4월10일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뒤 지수가 반등세로 올라섰다. 미국의 기습적인 금리 인하 등을 예상 못한 탓으로 결국 월간 예상이 초반에만 맞고 후반에는 틀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4일 발표된 5월 평가서에서도 “전체적으로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추적했지만 건설주 등의 급등을 예측하지 못한 점은 문제”라고 자평했다.

신한증권 리서치팀의 시황분석은 올해 들어 증시 동향을 비교적 정확히 분석했다는 평을 듣고 있어서 이 같은 ‘반성문’은 더욱 이채롭다. 그래서 증권가에서는 “틀릴 수도 있는 거지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반응도 있는 것이 사실. 그러나 “잘한 점은 부풀리고 잘못한 점은 은근슬쩍 넘어가는 증권가 관행을 깨뜨린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견해가 더 많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솔직히 그동안 ‘맞으면 내 덕분, 틀리면 말고’ 식의 분석이 적지 않았다”며 “애널리스트가 투자자에게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 같은 공개 평가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성문을 대표집필하는 신한증권 박효진 팀장은 “투자 실력이 느는 지름길은 예측에 실패했을 때 그 이유를 ‘복기’하고 반성하는 것이며 이는 전문가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라며 “평가서를 ‘더 책임 있는 예측을 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