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시공사, 디벨로퍼?’
아파트 분양광고를 자세히 살펴보면 시행사와 시공사의 이름이 나온다.
시공사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대형 업체인데 시행사는 처음 듣는 회사인 경우가 많다. 아파트 이름은 시공사의 이름을 따 ‘삼성 래미안, LG빌리지’ 등으로 돼 있다.
고객들은 이름부터 낯선 시행사를 의식하지 않는다. 아파트 브랜드에 관해서는 삼성, LG, 현대 등 시공사 이름만 확인한다는 얘기. 과거에는 시공사와 시행사가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몇 년 새 시행사와 시공사가 다른 아파트가 늘고 있다. 왜 그럴까.
시행사는 사업의 주체다. 땅을 사고 무엇을 지을 지 결정해서 설계 분양을 하고 입주까지 책임진다. 시공사는 단지 공사를 맡을 뿐이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협의를 하지만, 시공사는 시행사로부터 공사를 따내서 시행사가 결정한 설계나 개념대로 공사만 하는 셈이다.
이쯤되면 시공사 못지 않게 시행사가 중요할 것 같다. 공사가 한창인 용인의 A아파트 건설 현장. 우거진 숲과 산은 포크레인에 쓸려 나갔고 삭막한 평지가 된 땅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유명 업체인 시공사 관계자에게 “주변의 숲을 조금만 살렸어도 입주 후 아파트 값이 높아지고 환경도 쾌적할텐데”라고 물었더니 “땅을 사고 설계하는 것은 우리 몫이 아니라 시행사의 몫”이라고 말했다. 시공사는 별 재량이 없다는 설명.
시행사의 역할이나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시공사의 그것보다 중요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시공사들의 공사 기술에 별반 차이가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사정이 이런데도 고객들은 시행사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시공사가 유명회사인가만 살핀다. 이를 이용해 업체들은 아파트 이름을 시공사의 명칭을 따 결정한다.
외국에서는 시행사를 ‘디벨로퍼(개발업체)’라고 부른다. 디벨로퍼는 경험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입지에 따라 적합한 개발방안을 찾아내 건물이 완공되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한다. 국내에서도 차츰 디벨로퍼 개념이 정착되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가 중요해지고 있는 요즘, 수요자들은 브랜드(시공사 이름)만 볼 것이 아니라 시행사도 살펴봐야 한다. 시행사도 경험과 자금력, 아이디어, 서비스 정신 등에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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